지금은 아득한 얘기 같지만 한 때 LA 총영사관이 코리아타운 근처에 있어야 하느냐 마느냐가 논쟁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윌셔 가에 한국어 간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시절 유독 영사관만은 한인타운에서 서쪽으로 훨씬 떨어진 윌셔 가의 한 고층 빌딩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왜 이토록 한인들이 사는 데서 먼 곳에 한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영사관이 있어야 하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수년에 걸친 논란 끝에 현재 위치인 윌셔와 뉴햄프셔 인근으로 결국 옮기게 됐다. 지금부터 16년 전인 1988년 일이다.
영사관은 최근 그 동안 좁고 불편하다는 불평이 많던 민원실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고 면적을 3배정도 늘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선 넓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기다리는 불편도 없고 담당 직원이 자진해서 파킹 티켓에 밸리데이션 딱지도 붙여준다.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일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영사관이 한인타운으로 이사 온 이래 가장 큰 변화다.
교민에 대한 서비스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영사관뿐이 아니다. 작년 한국 문화원은 한인 청소년 회관에 수만 달러를 자진해서 지원, 이민 사회와 청소년 문제에 관한 학술 세미나를 열게 한 적이 있다. UCLA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미 주류 사회에 진출해 있는 각계 한인들이 참석, 성황을 이뤘으며 수준도 높았다는 평을 받았다.
한 청소년 회관 관계자는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한국 정부에서 자진해서 2세 사업에 써달라고 거액을 줬다”며 “이런 일은 청소년 회관 생긴 지 수 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올해도 이와 유사한 사업 지원비를 신청해 놨지만 예산 절감이란 이유로 삭감 당했다는 소식이다.
어느 나라든지 관료 조직은 굼뜨기 마련이다. 무슨 일을 해 잘 돼도 별로 돌아오는 것은 없고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온통 뒤집어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식에 젖기 쉽기 때문이다.
영사관과 문화원은 LA 한인들이 한국 정부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로 정부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한인 사회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한인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가치 있는 한인 사업 지원에서 민원 업무 개선까지 이들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민원 창구에서 현금과 수표만 받지 말고 크레딧 카드나 ATM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영사관과 문화원의 달라진 모습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교민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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