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마을에 돈 밖에 모르는 부자 구두쇠 영감이 살고 있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는 인색한 사람이었다. 집 앞 나무그늘까지도 돈 받고 팔았으니 사람의 배설물까지 비료용으로 팔아서 돈을 모았다는 개성 상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여름 날 이 영감이 집 앞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었는데, 마을 청년이 지나가다가 좀 쉬고 가게 해달라고 청했다. 영감은 자기 고조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인데 팔면 팔았지 그렇게는 못 한다고 했고 결국 엽전 닷 냥을 받고 그 청년에게 그늘을 팔았다.
요즈음 말로 표현하면 나무의 수명과 그늘의 효용(utility)을 고려, 값을 톡톡히 받고 판매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청년은 그 후 소유권을 행사, 나무그늘에서 책도 읽고 낮잠도 잤으며, 그림자가 구두쇠 영감 집으로 드리우자 그 집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감은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느냐고 호통을 쳤지만 청년은 자기가 구입한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저녁에 그림자가 안방에 들어가자 아예 안방 아랫목을 차지했다. 영감은 마나님 성화도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가 동네에 소문이 퍼질 것이 걱정돼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청년에게 값을 갑절로 처서 열 냥을 줄 터이니 그늘을 되팔라고 사정했고 청년은 닷 냥의 이익을 보고 응했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는 봉이 김선달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 허황하지는 않다. 조상의 나무를 심었다는 것 이외에는 촌락 공동체 의식에 있어 동리 사람들의 여론을 생각할 줄 알았고 ‘견리망의’ 즉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는 유교적 영향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년의 경우는 갑자기 부하고 귀해지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는 ‘졸부귀불상’ 정신과는 거리가 있으나 합리적 계산이란 측면에서는 자본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필자도 3주에 걸쳐 퇴거명령을 설명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이 있지만 결국은 법 조항의 해석과 누가 무슨 청구를 하느냐에 따라서 선취권과 재물의 손 이익이 달라진다.
끝으로 3일 통고와 30일 통고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퇴거명령을 마무리지으려 한다. 3일 통고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3일 통고 기간에 꼭 밀린 렌트 전액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주는 렌트(밀린 렌트의 일부)를 받지 않고 그대로 퇴거명령 청구를 할 수 있다. ‘일정기간 남아 있다’는 뜻인 홀드오버(Holdover)라는 조항이 리스 계약서에 있으면 리스가 끝난 뒤 ‘매달 갱신 입주’(Month to Month Tenancy)라고 매월마다 계약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매달 갱신 입주 테넌트나 건물주 중 아무나 30일 통고를 서면으로 보내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건물주는 이 기간에 못 받은 렌트가 있으면 3일 통고 퇴거명령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30일 통고도 할 수 있다.
리스가 만료되고 홀드오버 기간 건물주와 테넌트 사이에 서로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은 리스협상 없어도 전 리스조건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리스 계약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전 렌트의 150%나 200%를 내야 한다는 문구나 그 외 다른 조건이 삽입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둘러 리스협상을 해야 한다. (714)901-4545
박재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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