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과 뼈’(Skull and Bones). 명문 예일대학교의 172년 전통을 자랑하는 학생클럽이다. 윌리엄 러셀이 학창시절 독일을 방문해 유사한 학생클럽을 보고 이를 본 따 1832년 만들었다. 4학년생들로만 구성된 이 클럽은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이며 웅변가인 데모스테네스에 각별한 존경심을 표한다.
클럽에 가입하는 데 정해진 자격요건은 없다. 그렇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신문 편집장, 탁월한 운동선수, 전 멤버의 아들 등은 일단 입회가 허용된다. 멤버들이 클럽에 대해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클럽은 창문 없는 이집트 사원 모양의 건물에서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모인다. 캠퍼스 복판에 있는 일명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에서 무슨 일을 하기에 그러는지 모르지만 클럽은 ‘비밀 지키기’를 생명으로 여긴다. 대학을 졸업해도 함구로 일관한다.
사교집단도 아니고 그림자 내각처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엘리트 집단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금녀 클럽이던 ‘해골과 뼈’가 여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약 20년간의 논쟁 끝인 1991년이다. 그 전에는 여학생들에게 보이기 민망한 ‘해괴한 짓’을 했다는 후문도 있다. 여학생들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자신들의 ‘정통성’이 훼손됐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클럽 멤버였다. 케리가 1965년, 부시가 이년 뒤에 동참했다. 두 대선 후보만 얽힌 클럽이 아니다. 부시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멤버였다. 부시의 어머니 바바라 여사는 가입추천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케리의 경우, 전 처의 남매쌍둥이가 멤버였고 재혼한 현재 아내의 전 시아버지도 멤버였다.
‘해골과 뼈’는 부시 부자와 윌리엄 태프트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법관, 상원의원, 타임지 창간자, 국가안보보좌관, 외교관, 시인, 작가 등 유명인사들까지 합치면 그 네트웍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부시가 사업을 할 때 클럽 친구의 도움이 컸으며 대통령이 된 뒤 클럽 멤버 몇 명을 공직에 앉히기도 했다. 막강 파워의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그 중 하나다.
그래도 ‘해골과 뼈’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진 채 남아 있다. 나이든 일부 멤버들의 입에서 클럽의 표피가 느껴질 정도다. 비밀 제일주의에 대한 신념, 아니면 철없던 행동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 우려가 그 이유일 게다. 아무튼 학창시절 두 후보의 모습을 이제 와서 캘 이유도 가치도 없다. 나라의 지도자는 정책과 비전으로 선택돼야 하기 때문이다.
두 후보 간 인신공격과 네거티브 공세가 점화됐다. 선거 초반부터 저열한 난타전을 벌이다간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해골과 뼈’ 속에서의 진면목이 백일하에 드러날 수도 있다. 두 후보는 동아리의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가자던 ‘동지’였다. 신의로 뭉친 동지다운 페어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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