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의 한 카페. 밤늦은 시각이다.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한 청년이 들어선다. 한 테이블로 다가가더니 느닷없이 총격을 가한다. 여성 한 명이 숨졌다. 네 명이 부상을 입었다. 순간 카페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범인은 유유히 사라진다.
세리토스의 한 공원. 한 밤중이다. 30여명의 청소년들이 나타났다. 얼마 후 이들은 이 곳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10여명의 청소년들과 조우한다. 곧 시비가 벌어졌다. 그리고 집단 난투극에 돌입한다. 이 와중에 7∼8명의 청소년이 이빨이 부러지고, 코뼈가 주저앉는 등 중상을 입었다.
영화 장면이 아니다. 지난 13일, 14일 LA에서 남쪽으로 25마일 정도 떨어진 외곽 한인 밀집지역에서 잇달아 터진 실제 사건이다. 갱 랜드 스타일의 무차별 총격이 난 곳은 한인 운영의 카페다. 손님들도 대부분이 한인 젊은이들이다. 범인도 한인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도 모두 한인이다. 패싸움을 벌인 10대들도 한인 고교생들이다.
우연인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카페에서의 무차별 총격사건은 갱 조직간의 세력다툼 냄새가 물씬 난다. 총격이 발생하기 전 아시아계 청소년 두 명이 피해자들에게 어느 갱 소속인지를 물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이런 추측을 낳고 있다. 고교생들의 패싸움도 그렇다. 말하자면 LA의 한인 고교생 갱들이 세리토스 원정에 나선 격이다.
집단 살상극으로 이어지는 사건은 결코 우연히 나지 않는다. 갱 관련 사건들이 특히 그렇다. 사소한 비행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향락에 빠져들고, 폭력에 익숙해진다. 어느덧 갱 활동에, 마약에, 그리고 성인 범죄자들이 손대는 범죄 세계에 빨려든 것이다. 그 사이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조직간의 원한이 쌓이면서 무차별 총격 등 대형사건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들이 그렇다. 그저 어쩌다가 난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아시안 갱이 관련된 것 같다든지, 또 LA의 고교생들이 원정행각에 나섰다는 점등에서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사건들이다.
이번 사건들은 동시에 한인 청소년 문제의 또 다른 심각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위험수의를 넘어선 한인 청소년 문제, 그 폭력의 파장은 이제 외곽의 한인밀집 거주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문제와 관한 한 안전지역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사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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