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이 출범한지 1년여가 되었으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당들은 무원칙적으로 인맥을 따라 이합집산, 정치적 계산과 실리를 찾아 조폭처럼 난투극을 연출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일찍부터 발달한 선거제도와 의회제도의 산물로서 정당제도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정당들의 형태를 보면 정당이 민주적 경쟁을 통해서 권력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당이 권력에 의해서 창출되는 피조물격이 되기도 하고 속죄의 양으로 바쳐져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단명으로 끝나곤 했다.
샤트 슈나이더 교수는 정당을 “정치의 메이커”로 보고 “그것은 단지 근대정치의 부속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근대 정치의 핵심이며 그 속에 결정적으로 창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당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바 있다.
그리고 노이만 교수는 “대의제 민주 정치 체제 하에서 정당은 포괄적으로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국회에 반영함에 있어서 여론의 조직화, 통일화, 가치화 시키는 기능을 하기 위해 생겨난 정치제도”라고 3대 기능을 역설한바 있다.
이런 정당이 활동을 하자면 당연히 막대한 액수의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의 부패는 주로 정치자금의 문제와 관련되어 생긴다. 정치자금의 제공에는 이권문제가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보면 정치력과 경제력의 부당한 결합 현상은 혼탁하고 치사하기 그지없다.
정치인들이 그 과정에서 협박을 하고 사기를 치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대다수가 견물생심이라 ‘떡고물’ 정도로 생각하고 수십 억 수백 억 단위로 착복하고 상납하여 왔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으로 재벌이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매수하거나 자기사람으로 양성하여 탈세, 밀수, 매점매석, 외화 도피 등 축재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명나라를 망하게 한 관료들의 사리 사욕과 파렴치한 출세주의에 대하여 정곡을 찌른 시적인 평이 생각나 소개한다. “개미는 비린 고기에 모여들고 파리는 상한 음식에 덤빈다더니 지금의 벼슬아치들이 바로 그렇다.”
아무튼 정당의 활동과정에서 권력남용은 정치적 경제적 발전에 큰 장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당은 단순한 일시적 단체가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이어야 한다. 오직 선거 때에만 나타나서 선거가 끝나자 곧 여기저기로 헤쳐 모여 하는 소위 ‘철새 정당’과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육박전을 방불케 하는 ‘조폭 정당’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한다.
연세대학 이극찬 교수가 비유했듯이 권력을 핵탄두라고 하면 정당은 바로 이 탄두를 운반하는 수단인 미사일이다.
이와 같이 정당은 현대정치에 있어서 생명이며 올바른 정당의 정착 없이 의회정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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