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 이민100주년 남가주기념사업회의 발전적 해체와 함께 기념사업회의 비전을 이어받아 올해 초 출범한 미주한인재단이 3개월이 다 되도록 회장조차 선임하지 못한 채 내분에 휩싸여 빈축을 사고 있다.
한인들은 단체장, 간부 또는 회원들의 이전투구에 넌더리가 나 있다. 단체 이름 내걸고 조용히 봉사에만 전념한 곳을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능력 있고 정직하며 희생정신 강한 인물들이 단체에 발을 담그기 꺼려하는 게 커뮤니티의 현실이다.
미주한인재단의 소모적인 내홍이 한인단체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미루었던 회장선출을 단행하자는 측과 출타중인 이사들이 돌아와 성원이 된 뒤 선거하자는 측이 팽팽히 맞서다 급기야 욕설과 몸싸움까지 벌였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혈기방장해 좌충우돌하는 젊은이들이 아닌 타운의 원로급 인사들의 경박한 언행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미주한인재단은 다른 단체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 한해 한인사회로부터 지대한 관심과 지원을 받아 이민사회의 정체성 확립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기념사업회의 후신이라는 점에서 재단 관계자들은 남다른 사명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재단 문을 열자마자 다투는 모습을 보란 듯 드러냈다. 한마디로 이 단체의 존재 이유에 대해 원론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
‘또 다른 이민 100년’을 주제로 삼아 보다 성숙되고 야무진 청사진을 만들어 제시할 생각은 않고, 회장 자리를 놓고 계속 티격태격하려면 당장 재단 문을 닫는 게 낫다. 단체 관계자들이 각자 생업에만 전념한다면 단체불화로 뿜어져 나오는 독소로 커뮤니티를 오염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기념사업회가 해체되면서 ‘한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이 재단을 만들었다면 두고두고 질타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인단체들은 왜 만나면 싸움이냐는 순진한 2세들의 질문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불협화음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태도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법이다. 의견이 달라도 한발씩 물러나 양보와 타협으로 조속히 회장단을 구성해 재단의 본연의 취지를 살려나갈 자신이 없다면 소리소문 없이 자진 해산하는 게 상책이다.
봉사 단체는 사회의 청량제가 돼야 한다. 이민 200주년을 향해 도약하자는 거창한 슬로건으로 새로 출범한 미주한인재단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재단이 지금처럼 집안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공해일 따름이다. 재단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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