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으로 문화가 자원인 시대가 되어, 역사가 짧은 나라도 전통을 만들고 고유 역사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시대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외침으로 점철된 우리 나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외세의 침입과 간섭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분열되고 흩어졌던 정신과 국토를 되찾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일제 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우리의 민족정기(精氣)를 말살시키려고 청정한 스님들을 대처승으로 만들어놓고 교구 본사 주지는 대처승에게만 임명한 시절도 있었다. 해방된 후에는 서양종교의 문물이 밀려오고, 서양화되는 것이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되는 풍조도 있어 무조건 서양을 모방하고 따라갔던 때도 있었다.
요즘 뉴욕의 대표적인 책방인 ‘BARNES & NOBLE’에서는 자체 내 출판사에게 손금, 풍수, 역학 등 동양철학과 지혜에 대한 책을 포켓 사이즈로 영역(英譯)하여 싼값에 보급하고 있다. 한국인들 같으면 알지도 못하면서 미신(迷信)이라고 무시할 내용을, 미국인들은 예전 우리가 토정비결 보듯이 재미 삼아 상식적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것을 충분히 알고 마음에 차지 않아 동양종교나 철학에 눈을 돌린 것에 반해, 우리는 우리 것을 알려하지도 않고 무시하면서 무조건 강대국에 추종하는 마음으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점이 차이가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 중에서, 특히 이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몇몇 한인들은 우리의 정신이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철저히 미국화 되어 성공한 셈인데, 그것이 진정한 성공일까?
후러싱 지역의 존 리우 의원이 출신국가인 중국인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유독 눈에 뜨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미국시민이고 이곳에서 교육받았으며 영어로 말하지만 그는 서양인의 입장에 서거나 서양인 노릇은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게 협소한 민족족의를 주장한다고 밀어 부칠 일이 아니다. 조국이 힘이 없다고 휴지조각처럼 내팽개치고 강대국에 빌붙어 배불리 살 바에야, 차라리 조용히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은 아닐까?
현재 히말라야 산맥 주변에 있는 네팔, 시킴, 부탄, 라닥 등 국가들은 대부분 불교국이다. 그런데 이 절들을 후원하는 시주자 들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대부분 독일인등 유럽인들이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순수하게 사는 히말라야 스님들에게 보시하고, 스스로 수행을 배워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을 하고 보시하는 것이다.
서양철학의 한계는 이분법(二分法)이 아닌가 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인 이분법은 이 세계를 동지 아니면 적(敵)으로 보는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관점이다. 불교와 같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존재하게 된다는 연기(緣起)적인 발상이 아니라, 천국 아니면 지옥, 민주주의 아니면 공산주의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는 안목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6.25전쟁 후 굶주리고 배고파서 잉여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원조 받으며 무방비 상태로 무조건 강대국에게 추종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장과 관점으로 살겠다는 것이 어째서 나쁘단 말인가? 그것은 차압당한 우리의 정신을 회복하는 일이며, 잃어버린 우리의 구심점(求心點)을 되찾는 것이며, 존재(存在)의 이유(理由)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운월 스님(백운선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