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 밤 시 일원을 강타한 지진은 주민 대부분이 자고 있던 새벽 5시 28분(현지시간)에 발생, 최근 발생한 지진 중 가장 끔찍한 인명피해를 냈다.CCN 방송 등 외신들은 현지 당국의 초기 피해 추정치를 인용, 인구 8만 명의 밤에서 2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의 25% 이상이잠 자다가 집이 무너지면서 매몰돼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다.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의 참상에 빠져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전하고 있다.지진 발생 직후 이란 국영 TV는 밤 시내 건물의 60% 이상 무너졌다고 보도, 현재 2만 명인 사망 추정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더욱이 밤 주변 마을들은 지진 발생 후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는 바람에 피해 상황이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적십자는 정확한 피해 상황집계는 27일 이후에나 가능할것이라고 전했다.

미 CNN 방송은 현지 병원에 속속 도착하는 환자들의 화면을 긴급 뉴스로전하면서 “병원 관계자들은 밀려오는 환자와 사망자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보도했고 현지 구호 관계자들은 “피해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말했다.외신들은 지진 발생 직후 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케르만주 출신한 의원의 말을 인용, 사망자가 1만 명 선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가 이후사망자들이 2만명선에 육박한다는 현지 구호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피해규모를 수정하기도 했다.모하마드 알리 카리미 케르만주 주지사는 TV에 나와 “수많은 주민들이 벽돌 더미에 깔려 있다”며 “우리는 정확한 피해 집계를 갖고 있지 못하지만 확실한 점은 도시의 오래된 구조물들이 모조리 파괴됐다는 것”이라며구호 지원을 호소했다.

카리미 지사가 방송에서 구호 지원을 호소할 때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2,000명 가량이었고 조금 후에 케르만 주 당국은 “수천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진 발생 후 구호 상황은 매우 지지부진하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지역이어서 이란 중앙 정부의 구호 지원도 늦어지고 있다.이란 적신월사는 구호요원과 구호품을 헬기로 수송 중이지만 현지 구호 수요에 비해 태부족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제적십자사는 이란에 대해긴급 지원 방안을 강구 중이며, 러시아 등 각국이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지진이 발생한 밤은 외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적도시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유적은 2,000년 전 축조된 가로 300㎙ 세로 200㎙ 규모의밤 요새로 세계 최고(最古) 진흙벽돌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고대 동서양의 교류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매년 수 천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이 요새도 이번 지진으로 완전 파괴된 것으로전해졌다.

이란에서 이처럼 대형 지진이 빈발하는 데는 그럴만한 지질학적 배경이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란이 유럽지각판, 인도지각판, 아프리카지각판 등 3개판 구조가 접촉하는 꼭지점과도 같은 지역이어서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최근 기록으로 볼 때 올 들어 이란 북서부에서 강진이 발생해 500명 이상이 숨졌고, 90년에도 북서부에서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으로 주민 5만명이상이 사망했다.

BBC 방송은 이란에서는 매일 1건 이상의 지진이 기록되고 있으나 주민을상대로 한 지진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