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중가주 지진으로 숨진 20세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이 지진 피해를 입은 파소 로블스 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제니퍼 마이릭에게 지난 1년은 생애 최고인 것 같았다. 7년 전부터 사귀어왔던 남자친구와 드디어 약혼하고 부모 집에서 독립, 아버지로부터 흰색 무스탕도 선물을 받았다. 3주 전에는 의류상점에 새로 직장을 얻었고 앞으로 대학에 진학해 마케팅을 전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제니퍼의 오빠 브라이언 마이릭은 항상 명랑하고 미소를 머금은 제니퍼의 사망소식에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은사들까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주변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제니퍼에게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선물한 그렉 클링먼(22)은 7년 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제니퍼를 처음 알게 됐다. 당시 하와이에 거주했던 클링먼은 이제까지 펜팔로 제니퍼와 연락하다가 스타벅스에 취직하기 위해 본토로 이주하면서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클링먼은 작년 말 제니퍼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20세 생일 축하를 받은 지 불과 4일만에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두고 상점에서 일하던 중 지진으로 무너진 벽돌더미에 깔려 숨지는 변을 당했다.
되돌아보면 지난 한해동안 죽음이 제피너를 항상 따라다녔던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 그녀는 자식을 잃은 것처럼 깊은 슬픔에 빠졌었다. 지난 7월에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101번 고속도로에서 거의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음주운전자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제니퍼의 무스탕과 정면 충돌했는데 당시 제니퍼와 함께 타고 있던 클링먼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며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이 놀라워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사고로 오른발 발목이 산산이 부서져 강철막대를 삽입해야 했던 제니퍼는 고통스런 재활훈련 끝에 3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미용실에서 일하던 제니퍼가 116년된 건물에 입주한 의류상점으로 직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진이 일어난 22일에도 제니퍼는 출근하기 전 클링먼을 키스하고 일찍 들어오겠다고 약속했다. 클링먼은 이날 11시15분께 6.5강도의 지진이 파소 로블스를 뒤흔들었을 때 나머지 침실 문건들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제니퍼의 사진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 클링먼은 이상하다고 느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친구로부터 제니퍼가 근무하는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받았다.
클링먼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건물이 붕괴된 잔해와 먼지로 휩싸여 있었다. 검시관은 클링먼에게 제니퍼와 함께 발견된 2가지 소지품을 건네줬다. 클링먼이 처음 만났을 때 제니퍼에게 선물로 주었던 시계와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상징만 남은 셈이다.<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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