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팬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게 하던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 완결편인 ‘왕의 귀환’이 이번 주 전 세계적으로 일제히 개봉됐다.
’반지의 펠로우십’, ‘두개의 타워’에 이은 이번 작품은 웅장한 스케일이나 치밀한 성격 묘사 등 그 자체로도 수작이지만 실패하기 쉬운 3부작을 부끄럽지 않게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잭슨의 이번 위업은 ‘대부’나 ‘매트릭스’, ‘스타 워스’ 등 처음에 잘 나가던 작품들이 나중에 죽을 쑤어 실망한 전례가 있어 더더욱 값지다. 벌써부터 ‘여태까지 만들어진 3부작 중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반지의 제왕’ 의 전례 없는 성공은 잭슨 감독의 능력 탓도 있지만 원작자인 J.R.R. 톨킨의 힘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제2차 대전 직후 발간된 ‘반지의 제왕’은 지금까지 1억 5,000만 부가 팔리며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 문학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대중적인 팬터지 소설이나 쓰는 통속 작가’라는 게 문학인들 사이의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를 단테와 토마스 모어, T.S. 엘리엇과 C.S. 루이스와 같은 기독교 휴머니스트 전통의 계승자로 복권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힐스데일 역사학 교수인 브래들리 버저다. 그는 ‘톨킨의 성스러운 신화’라는 책에서 ‘반지의 제왕’은 작품 전체가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한 꺼풀을 벗겨 보면 그 밑바닥에는 기독교적 진리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반지와 이를 쥔 자의 타락, 선과 악의 싸움과 궁극적 선의 승리, 마법사 갠덜프의 죽음과 부활 등등 기독교적 모티프가 작품 전역에 스며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영문학 교수로 고대 영어의 권위자였던 톨킨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같은 옥스퍼드 교수이자 20세기 최고 기독교 문인의 하나로 꼽히는 C.S. 루이스를 기독교도로 개종시킨 것도 그였다. 그런 그의 작품에 기독교적 냄새가 배어 있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일부에서는 그의 작품이 많이 팔렸다는 것만으로 그를 폄하하려 하지만 셰익스피어도 살아 생전에는 인기 작가였다. 덜 팔렸다고 졸작이 아니듯 많이 팔렸다는 것이 걸작이 아니라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성경만큼 많이 팔린 책이 또 있는가. 오히려 오랜 시일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생과 세계에 대한 깊은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 책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관한 해묵은 화두를 다시 음미하게 한다.
또 한해가 지고 새해가 다가온다. 네가 할 일은 단지 너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왕의 귀환’ 예고편에서 갠덜프가 던진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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