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로원들이 예기치 못했던 고민에 빠져 있다. 양로원 복도 사이로 뜨거운 ‘로맨스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애그라로 무장한 노인들이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불사르면서 양로원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양로원의 로맨스 실태를 보도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들은 대체로 한 달에 최소한 한번 이상 성관계를 즐기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살갑게 손을 맞잡거나 키스를 하는 정도이지만 근래 바이애그라 등 ‘회춘제’의 등장으로 양로원 직원들의 낯을 뜨겁게 하는 ‘열애’도 늘어나고 있다.
뉴저지의 반 힐 양로원에서는 최근 식당에서 조촐한 결혼식이 열렸다. 귀고리에 멜빵으로 멋을 낸 윌리엄 드피아(86)가 6개월간의 연애 끝에 같은 층에 거주하는 로즈메리 굴드(62)와 연분을 맺은 것이다. 드피아 부부는 양로원 관계자 컨퍼런스가 열리는 애틀랜틱시티 호텔로 ‘밀월여행’을 떠났고, 신방 옆방에는 양로원 직원과 간호사들이 만약에 사태에 대비,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양로원측이 ‘고령 로맨스’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치매 등으로 정신이 흐린 노인들이 옆방의 호색가에게 강간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한 양로원은 최근 다른 노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86세 여성의 자녀에게 47만5,000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치매를 앓고 있었다.
일부 양로원들은 이같은 상황이 두려워 입주자들의 연애를 아예 금지시키고 있다. 텍사스 양로원을 휠체어로 누비는 핸스포드 나일즈(65)는 여자친구와 은밀한 시간을 갖기 원하지만 들키면 퇴거당하기 때문에 제약받고 있다. 그는 아이들도 결혼하지 않고 아파트에서 동거하는데 노인이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덴마크처럼 매주 한번씩 노인들을 위해 포르노 비디오를 상영하는 진보적인 양로원이 미국에는 아직 없지만 일부 양로원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원생들의 로맨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들의 ‘사랑 행위’가 양측의 동의아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지만 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의 양로원에 거주하는 그레이스 보스(83)는 로맨스가 노후에 생기를 불어준 경우다. 그는 1년 전 컨트리 힐스 양로원에 처음 입주했을 당시만 해도 우울증에 시달렸으나 헨리 스툴(72)을 사귀면서 양로원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양로원 노인들 중 10분의7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은 귀하신 몸이다. 양로원의 복지 디렉터 노엘 램지-체니는 헨리의 경우 키 크고 이빨 좋고 머리숱도 많은 데다 아직까지 춤도 출 수 있기 때문에 노파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첫 눈에 보스에 반한 스툴은 밤마다 취침하기 전에 그녀의 방을 찾아가 키스를 나눈다. 보스는 그러나 결혼할 때까지는 안 된다며 스툴이 자신의 방에서 밤을 지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60대에 들어서면서 로맨스 바람은 앞으로 열풍이 될 전망이다. 로큰롤 세대가 보행기를 갖고 양로원 복도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양로원이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데이트 장소로 부상할지도 모른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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