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카드를 사려면 문방구나 서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하와이에서는 아마 롱드럭스로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카드 회사인 홀마크나 알라모아나 샤핑센터에 있는 파필루스에 가도 카드를 살 수 있고, 편지나 서류 양식을 파는 스테이셔너리 상점에 가도 다양한 카드를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상점들의 공통점은 카드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크리스마스나 되어야 연중행사로 카드를 보내는 것 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하와이에 살면서 다양하게 쓰이는 카드를 보면서 ‘아하, 카드는 언제든지 보낼 수 있는 것이로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롱드럭스든 홀마크든 직접 가서 카드를 찬찬히 살펴보라.
예를 들어 생일카드 하나만 놓고 보자. 생일에 보내는 카드가 따로, 생일 초대에 보내는 카드가 따로다. 받는 사람이 몇 살이냐에 따라 다르고,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다르다. 또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카드가 있고,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카드가 있다.
더 심하면 여자아이가 41살을 맞는 아빠에게 보내는 생일축하 카드가 가격에 따라, 디자인에 따라 다양하다.
출산한 산모에게도 카드를 보내는데, 이 축하카드도 남자 아이냐, 여자 아이냐에 따라 다르고, 선생님에게 보내는 카드, 친구에게 보내는 카드, 발렌타인데이 카드, 할로윈 카드, 크리스마스 카드, 땡큐 카드...
때로는 카드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보니 좀더 내 상황에 적합한 것을 찾느라 카드 고르기가 더 어려워 지기도 한다.
카드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서로 축하할 일이 많다는 것일까? 서로 감사할 일,기념할 일이 많다는 것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축하할 일을 서로 만들고, 조그만 일에도 감사를 표시하려는 습관 때문이다. 지인들의 기념일에 작은 선물과 함께, 아니면 카드 만이라도 보내서 서로 축하해 주려는 문화 때문이다.
얼마 전 8살이 된 딸아이의 생일파티에 친구 서너명을 불러 조촐하게 치룬 적이 있다.
생일 초대카드를 써야 한다고 해서 카드를 일일이 써 보냈고, 초대되어 오는 아이의 친구들도 작은 선물과 함께 하나같이 생일 카드를 써왔다. 학년을 마감할 때 아이의 선생님에게 작은 선물을 하면 며칠 후 우편함에서는 여지없이 선생님의 땡큐 카드를 발견하게 된다. 카드 쓸 일이 하도 많다 보니 어떤 집에서는 다목적 카드를 한 묶음으로 아예 사놓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기도 한다.
가만, 이거 카드회사가 상술을 위해 만들어놓는 덫에 우리가 걸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기도 한다.
카드회사는 카드 소비를 늘리려고 다양한 경우에 맞추어 다양하게 카드를 만들고, 카드 구매자는 ‘이런 경우에도 카드를 보내는 구나!
자신의 무지를 일깨우며 카드를 종류별로 맞춰서 더 열심히 보내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 카드는 기분이 좋아지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받는 사람은 받아서 좋고, 보내는 사람은 보내서 좋다. 나도 이번 연말에는 격조했던 사람들에게 카드 좀 보내볼까?
<김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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