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도용 혐의로 실형위기에 처한 정성일씨(35)의 행적을 살펴보면 신분 도용의 원인은 결국 사치와 향락이었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사치한 생활을 위해 도용한 타인의 신분으로 신용카드와 고급 승용차 여러 대를 마련했다. 불법 발급 받은 카드로 가람 등 타운 고급 룸살롱에서 1,500달러가 넘는 술자리를 자주 벌이는가 하면 벨라지요, 베네시안 등 초특급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하루 밤에 4,000여달러를 탕진하기도 했다.
벤츠, BMW, 재규어 승용차를 바꿔 타고 다니며 신용카드를 물 쓰듯 사용하던 정씨가 경찰에 뒷덜미가 잡힌 것은 지난 2001년 6월. 훔쳐낸 타인의 신분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 후 사라지는 신종 범죄만 전문 수사하는 자동차 절도 전담반(TRAP)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지 1개월만에 검거된 것이다.
정씨에게 피해를 입은 자동차 판매상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정씨의 아파트에서 정씨의 사진이 실린 제3자 운전면허증 복사본들과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를 찾아냈다. 마침 한인 C씨 등 피해자와 은행측 신고로 또다른 신분도용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연방 우정국은 정씨 검거 사실을 지역 경찰로부터 통보 받았고 그동안 쫓고 있던 용의자가 동일범이고 피해 규모도 30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검거된 뒤 보석금을 내고 3번이나 도주했다가 지난 4월 최종 검거돼 보석 없이 구금된 정씨는 ‘아주 특별한 가족 상황’을 이유로 연방법원의 선처를 바라고 있다.
자신이 장기간 수감생활을 할 때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아내와 장애인 딸의 처지를 이유로 내세웠다. 또 신분을 도용한 연유도 사업실패 이후 쏠리는 부정적인 세간의 시선과 창피함을 모면하기 위해서라고 변명했다.
이런 정씨는 아직도 미궁을 헤매는 박정희 정권 시절 최대의 정치스캔들인 ‘정인숙 여인 살해사건’의 살아있는 주인공이다. 총상을 입고 살해당한 정인숙의 아들인 정씨는 고2년 재학중인 85년에 도미했다. 지난 92∼93년 정일권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낸 정씨는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란 책까지 출판해 한동안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고, 한때 타운 자동차 브로커에서 일하기도 했다.
<김경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