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커뮤니티 최대 은행인 한미 행장이 재신임을 받은 지 몇 달만에 돌연 사퇴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은행 행장이 취임 3개월만에 옷을 벗는 사태가 벌어졌다. 30년에 달하는 한인 은행 역사상 이처럼 짧은 기간에 행장이 물러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행장은 법관처럼 종신직이 아니다. 임기 중이라도 본인 사정이 있을 때는 사퇴하거나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이사회에서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홍승훈 나라 은행장의 사임은 특별한 일신상의 사유가 있던 것도 중과실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사표 제출이라는 형식을 밟기는 했으나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인한 사실상의 해임이라는 게 은행가의 중론이다.
이사회에서는 홍 행장이 취임 후 은행을 이끌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퍼시픽 유니온 은행(PUB) 합병 등 큰 일이 남아있는데 이를 해나가기에는 능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개월이란 기간은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짧다. 통상적인 경우 취임해 업무 파악과 직원들 얼굴 익히는 데도 이 정도는 시간이 걸린다. 또 그토록 단 시일 내 무자격자였음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 인물이었다면 애초 행장 인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금융기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론이 필요 없다. 한인 커뮤니티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한 성장을 해 온 것도 경쟁력 있는 한인 은행들이 이민 사회 스몰 비즈니스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원활한 자금 공급을 해줬기에 가능했다. 그런 주요 한인 은행 행장이 어느 날 분명치 않은 이유로 자꾸 바뀌는 것은 고객들을 불안케 할 뿐 아니라 은행의 대외 이미지 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사회의 입김이 너무 강해 행장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한인 은행가의 오랜 병폐다. 선임할 때는 신중히 결정을 내리고 일단 행장으로 앉혔으면 전문 경영인으로 대접해 전권을 맡기는 것이 한인 은행들이 나아갈 정도다. 이번 홍 행장의 갑작스런 중도하차가 한인 은행계의 마지막 깜짝쇼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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