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초대가 잦은 연말. 색다른 애피타이저나 안주를 내기 어렵다면 간편하게 치즈 플레잇을 내는 것도 좋겠다. 몇가지 치즈를 과일이나 크래커와 함께 접시에 담아내는 치즈 플레잇은 전채요리로, 안주로도, 후식으로도 좋은 쓰임새있는 요리이다.
치즈 플레잇은 우선 어떤 접시나 쟁반에 어떤 모양으로 배열해서 내갈까하는 것을 먼저 정해야 한다. 제일 먼저 고려할 사항은 모든 사람이 쉽게 치즈를 덜어갈 수 있는 공간적 여유. 손님이 6명 이상인데, 조그만 접시에 치즈를 한 덩어리 달랑 내가는 것은 손님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고, 결국 한 두사람 외에는 맛도 못 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치즈의 양. 마켓에 갔을 때 수십가지의 치즈에 홀려서 이것저것 많은 양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에 서브할 치즈의 종류는 3~4가지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치즈는 서로 모양과 색이 다른 것으로 골라서 배치하면 보기에도 좋다. 또한 비슷한 종류의 치즈를 피하고, 각기 생산국가와, 단단한 정도와, 소젖, 양젖, 염소젖 등 치즈의 제조원을 달리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단단한 구다 치즈와 함께 버터 지방이 75%나 되는 부드러운 엑스플로라튜르(Explorateur) 치즈를 함께 내간다면 손님 개개인의 취향과 함께 마시는 와인에 따라 양쪽 다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치즈를 먹을 때 가장 난처한 일이 치즈가 너무 단단해서 자르기 힘든 것이다. 치즈 플레잇을 준비할 때는 적어도 내가기 두세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놓아서 상온의 치즈를 내도록 한다. 차갑고 단단한 치즈를 대접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리고 각기 다른 치즈를 자를 수 있는 칼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부드러운 치즈를 자르는 스프레더 타입의 칼과 단단한 치즈를 자르는 날이 잘 선 칼을 따로 준비하는 것은 손님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치즈는 손님이 직접 썰어서 먹도록 덩어리 자체를 내가는 것이 좋다. 치즈 껍질과 모양, 크기 등을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미리 썰어놓으면 치즈가 쉽게 마르고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즈와 함께 먹기 좋은 것으로는 바게트와 같은 빵이 우선으로 꼽힌다. 설탕이 가미된 단 맛의 빵은 피해야 하고, 플레인한 빵이 치즈 본래의 맛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호두 등 견과류가 첨가된 빵은 크림치즈나 블루치즈 종류와 잘 어울리고, 건포도처럼 말린 과일이 들어간 빵은 프로마주 블랑(Fromage blanc), 리코타, 묑스테르(Munster)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과일 또한 치즈 플레잇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파미잔 치즈는 배, 체다 치즈는 사과, 블루치즈는 잘 익은 무화과, 리코타 치즈는 살구와 잘 어울리고, 포도는 거의 모든 치즈와 다 잘 어울린다.
와인과 치즈는 바늘과 실처럼 항상 함께 하는 좋은 한 쌍이다. 어떤 와인이 어떤 치즈와 가장 잘 어울리는가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맛과 향이 연하고 신선한 치즈는 가볍고 상큼한 와인과 함께 서브하고, 맛과 향이 강하고 단단한 치즈는 강하고 무거운 와인이 잘 어울린다.
치즈와 와인을 고를 때 한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면,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이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의 와인인 키안티와는 같은 지역의 페코리노 토스카노(pecorino toscano)와, 부르고뉴의 와인은 같은 지역의 에푸아스(Epoisses) 치즈와, 그리고 북가주의 벨라 드라이 잭 치즈는 소노마 카운티 진판델과 서브하면 가장 무난하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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