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 사는 김순길(59)씨의 하루하루는 고통의 연속이다. 10여년전 후두암으로 후두를 떼내 기계장치에 의존해야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는 폐암 진단까지 받아 매주 한 차례씩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부인 마리아 리베라(47)씨가 없다면 그의 삶은 하루도 지탱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부인 리베라씨는 멕시코 출신. 김씨 주위에서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녀는 남편 병 수발과 시부모 공양을 10년 넘게 지극정성으로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83세 된 노모는 3년 전부터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몇 달전부터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치매증세까지 겹쳤다. 마이라씨는 이런 시어머니를 혼자 안아 옮기며 매일 목욕시키고 대소변 빨래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88년 이민 온 김씨는 한 때 잘 나가던 미캐닉. 차를 고치러 왔던 지금의 부인을 만나 지난 91년 결혼했다. 결혼 불과 1년후에 그는 청천벽력같은 후두암 진단을 받았다. 월남전 때 고엽제를 많이 다뤘는데 그게 암이 된 것 같다는 김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더 이상 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때부터 생계는 이스트LA 조그만 공장에 다니는 부인이 혼자 떠맡았다.
매일 새벽같이 일을 나가는 마이라는 퇴근 후에는 남편과 시어머니 돌보기와 집안 일에 쉴 틈이 없다. 며칠 전 양로병원에 입원한 시어머니에게도 매일 들러 한국말로 ‘엄마 나왔어’ 하며 뽀뽀해주는 일을 잊지 않는다.
이웃집의 임순례(69)씨는 같은 한국사람이라도 웬만한 여자라면 벌써 떠났을 텐데 정말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정성이라며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이 멕시코인 부인을 말한다. 남편은는 나 대신 지난 12년간 혼자 생계를 도맡아온 것도 고마운데 시어머니 봉양까지 저렇게 하니 그 고마움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수입은 김씨가 받는 환자 보조금에다 겨우 렌트비 내고 생활비 쓰기에도 빠듯한 마이라씨의 월급밖에 없어 어렵지만 마이라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저 건강이나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부인은 기침을 발작처럼 하는 남편에게 연신 부채질을 하며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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