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재미 한인 산악회(회장, 강희만) 회원들을 비롯한 남가주의 산악인들은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23일로 다가온‘제20회 산악축제’를 앞두고 회원들은 저마다 맡겨진 임무를 준비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예년대로라면 이미 산제를 치르고 난 후였겠지만 올해는 지난 10월 말의 산불로 산제 일정이 조금 늦추어졌다. 평소 자주 찾던 등산 코스들이 시꺼멓게 재만 남은 것을 바라보는 산악인들의 표정은 망연자실이란 표현이 무색할 판이다.
산은 결코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정호승 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산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유일한 존재다. 그 속에서 산과 더불어 평생 성장하는 기회를 허락받은 우리들은 얼마나 복된 존재인가. 산은 우리를 치유한다.
대화재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시각은 범인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봄의 들꽃 향기, 여름의 다양한 신록,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은빛 설산을 매주 민감하게 호흡하는 그들이기에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불길을 대했을 때는 산이 분노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데에 생각이 이를 수밖에 없었다.
산을 대상으로 전래 방식의 제사를 함께하는 산제를 위해 유재일 씨는 돼지 머리고기를 주문했다. 김원택 씨는 청과물 상에 들러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신선한 사과와 배를 고르며 제사상 준비하던 어머니가 된 느낌이다.
올리비아 리 씨는 생선 전감을 뜨러 마켓에 들른다. 주말에는 딸들까지 동원해 노릇노릇 생선전을 부쳐 산제 상에 올릴 계획이다. 강희만 회장은 연락 담당 아타셰. 그는 한 번 나왔다 연락 두절인 회원들, 다른 산악회의 회원들에게 산제 행사를 알리느라 전화통에 불이 날만큼 번호를 돌려댔다.
산제는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축제로 모두에게 열려 있는 행사다. 남가주에 산이 있기나 한 건가 의아해 하던 이들도 산제에 참가한 이후 매주 재미 한인 산악회와 함께 산에 오르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때: 2003년 11월 23일 (일요일) ▲장소: La Jolla Campground (Malibu의 Point Mugu State Park) 한인 타운에서 가려면 10번 W. → 1번 PCH를 타고 북서쪽으로 30마일 가량을 가다가 Sycamore Cyn Rd.를 지나 La Jolla Cyn. Rd.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La Jolla Valley Trail을 따라 약 2.4마일을 산행해 올라가면 산제 장소인 La Jolla Campground가 나온다. ▲일정: ①오전 10시, 주차장에서 모여 산행 시작. ②오전 11시, 산제 시작. ③정오, 점심 식사. ④오후 3시, 하산. ⑤오후 4시, 주차장에서 해산. ▲연락: 배대관 (909)445-5506, 유재일 (213)792-7318 ▲준비물: 방한복, 스낵, 물, 쓰레기 봉지 등. ▲유의 사항: 쓰레기는 각자 챙겨 하산할 때 가지고 내려오도록 한다. ▲웹 사이트: http://groups.msn.com/KAAC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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