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소수계 그룹에 속한다. 대부분 빈털터리로 바다를 건너 온 70년대 초기 이민자들도 지금은 대체로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성공만으로 모범적인 이민자로 대우받지는 못한다. 돈이 많다고 흥청망청 써대며 물질적으로 자기만 못한 소수계를 차별한다면 이는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될 일이다.
최근 한인 아파트에 입주해 사는 히스패닉들이 한인 소유주가 자신들을 부당하게 쫓아냈다며 LA시 주택국과 검찰, 히스패닉 인권 단체에 고발하고 아파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아파트 소유주 측은 이들이 ▲한 방에 6~7명씩 거주하며 소란을 피우고 ▲남의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는가 하면 ▲렌트를 제 때 지불하지 않아 적법한 절차를 밟아 퇴거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상에는 ‘강자의 횡포’도 있지만 ‘약자의 횡포’도 존재한다. 이번 사건도 일부 히스패닉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인종차별’로 몰아 모면해 보려는 술수일 수도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관계 당국의 조사 결과 밝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사건에 주목하는 것은 인종갈등 문제가 앞으로 한인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흑 갈등이 악화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92년 4·29 때 이미 경험했다. 따지고 보면 한흑 갈등의 원인이 한인들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우스 센트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인 상인들도 흑인 고객들로부터 숱한 고초를 겪었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인들에 의한 오랜 차별과 착취로 피해 의식에 젖어 있다. 자신들보다 미국 땅에 늦게 온 한인들이 더 잘 사는 것을 보는 것만도 심기가 편치 않은 상태다. 한인들이 이들을 대할 때 태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들과의 분쟁에서 법대로 할 수도 있겠지만 강자의 자리에 있는 한인들이 가능한 한 양보하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인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다.
한인들은 히스패닉과 주인과 직원, 상인과 고객, 건물주와 입주자 등 여러모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상호 의존도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한인 모두에게 원만한 인종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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