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의 간판 10개 중 9개가 무허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업소 간판이 LA시의 규정에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은 간판가격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리고 무허가 간판 애용이 소규모 업소뿐 아니라 은행이나 병원 등 대형업소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현실은 규정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했음을 말해준다.
타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무허가 간판은 우선 법규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조속한 시정대상이다. 시 당국에 허가를 신청하고 검사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도 수수료 부담과 단속 소홀을 구실로 적법절차를 밟지 않는 관행은 정당화할 수 없다.
또한 업소에 화재가 나거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무허가 간판은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수수료를 아끼려고 수천달러짜리 간판을 무허가 업소에 의뢰해 달았다가 화재로 적지 않은 손실을 본 경우도 심심지 않게 있다. 규정을 따르면 떳떳하고 여유 있게 장사할 수 있는데 말이다.
간판은 법이나 규정 이외에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간판은 무형의 자산이다. 업소의 얼굴인 동시에 타운의 얼굴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판다 해도 인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손님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끌기 어려운 법이다.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확연해지고 한국에서 이민 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타운 업소가 증가일로에 있다. 그러다 보니 업소가 운집해 있는 샤핑몰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간판들로 어지러울 정도다. 간판의 크기도 중구난방이라 재정비가 절실한 형편이다.
간판은 하나의 문화다. 한글 간판이 즐비한 것은 배타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 간판을 한글로 표기한 곳이 많고 영어를 병기했다고 해도 글씨가 작아 타 인종 손님들에겐 낯설기만 하다. 우리가 아랍어나 스패니시 간판들을 대할 때 서먹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인들만을 상대로 장사하는 데 굳이 영어로 표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타 인종에게 한인타운이 ‘외국’처럼 인식되면 타운업소 전반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인타운도 이미 ‘한인들만의 타운’이 아니다. 인구수로 따지면 히스패닉 타운이라 해야 옳다. 이들 잠재적 고객을 외면한 우물 안 개구리식 비즈니스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들을 우리의 경제권으로 흡수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는 개별 업소뿐 아니라 타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타운의 분위기 일신이 선결과제다. 타 인종 고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간판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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