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퇴근 시간대 웨스턴-8가 교차로 남서쪽 코너에 허리춤에 권총 찬 건장한 모터사이클 경관 둘이 주유소 기둥 뒤에 ‘은폐’하고 있었다. 마침 8가에서 동쪽 방향으로 주행하다 웨스턴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주고 기다리던 한인이 파란 불이 노란 불로 바뀌자 좌회전을 했다. 그러자 쥐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경관 한 명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며 좌회전 차량을 뒤따랐다.
영문을 모르던 운전자는 한 블록 지나서 차를 세웠고, 좌회전 금지시간을 무시했다는 경관의 설명을 듣고는 아차 했다. ‘오전 7~9시, 오후 4~7시 좌회전 금지’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7시 몇 분전에 왼쪽으로 핸들을 틀었던 것이다. 이 차량이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서 있을 때 경관은 이미 ‘먹이’를 확인한 것이다.
다른 한인은 이 길을 오가다 두 번이나 티켓을 받았다. 해가 뜨고 질 때 표지판을 비추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그는 교통위반자학교를 통해, 표지판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며 시 당국에 진정서를 냈다. 아무튼 한인타운 내 대표적인 ‘위험지역’에 꼽힌다.
웨스턴-6가도 경계 대상이다. 대낮 웨스턴에서 북쪽으로 주행하다 6가에서 좌회전한 한인이 6가로 들어서자마자 샤핑몰 뒤쪽에 있던 경관에 걸렸다. 오전 7~오후 7시가 좌회전 금지시간이었으니 꼼짝 못하고 딱지를 떼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곳에선 ‘좌회전 금지’ 전광판이 햇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좌회전 금지시간이 적힌 표지판은 왼쪽 건널목 신호등 기둥에 걸려 있어 방심했다간 대기한 경관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번화가뿐 아니라 외진 곳에도 ‘복병’이 있다. 오전 7~9시, 오후 4~7시 윌셔-크렌셔가 복잡해 한 블럭 전인 윌셔-로레인 샛길로 우회전해 조용히 가려다간 전방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경관을 만나기 일쑤다. 윌셔 이벨극장 뒷길인 루선-8가, 정지 표지판이 있는데도 서는 둥 마는 둥 지나가던 한 여성운전자가 잠복경관과 맞닥뜨린 곳이다. 올림픽-버몬트, 버몬트-3가, 옥스퍼드-7가, 아이롤로-7가, 옥스퍼드-2가 등등 타운 곳곳이 ‘지뢰밭’이다.
관대하게 봐주던 5마일 과속도 이젠 ‘과거지사’다. 빨간 불에 일단 섰다가 우회전하지 않고 기분 좋게 그냥 돌다 271달러짜리 티켓을 받거나, 노란 불이 거의 빨간 불로 바뀔 때 질주했다 경관에 적발돼 벌금 320달러를 낸 한인이 심심지 않게 나온다.
정부 재정적자로 경관들이 합법적인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경기, 파업 짜증에 이어 이번엔 잠복경관과의 ‘신경전’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위반운전자와 단속경관의 승부는 보나마나다. 운전면허증 딸 때처럼 ‘초보운전자’의 자세로 무장하는 도리밖에 없을 듯 싶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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