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구입하는 일은 조명이 어두운 미팅 장소에서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 멀리서는 그럴 듯 하지만 가까운 데서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는 눈이 뛰어난 사람도 중고차를 살 때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카맥스 중고차 회사의 구매 책임자 데이비드 클레이가 CNN에 얘기한 경험담.
“한번은 시카고 중고차 경매시장에서 차를 살피고 있을 때 은색 다지 인트리피드가 천천히 경매장에 들어섰다.

차가 모퉁이를 돌아설 때 ‘저 차는 다시 페인트를 칠했다. 문 한 짝이 다른 것들보다 다소 어둡고 페인트 질감도 약간 다르다’고 생각했다. 인트리피드가 멈춰선 뒤 가까이 다가가 뒷문을 열었다. 문 옆에서 눈속임 테이프를 발견했고, 한쪽 구석에서 페인트를 다시 칠할 때 스프레이를 너무 많이 뿌려 페인트가 뭉쳐 있는 것을 찾아냈었다.”

클레이는 지난 9년 동안 1만6,000대 이상의 자동차를 살폈기 때문에 이렇게 정확한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클레이 같은 전문가가 평생 한번 중고차를 살까 말까한 일반 소비자보다 좋은 차를 골라내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중고차를 사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확실하다. 그럴 수 없다면 중고차 감정회사의 평가 결과를 참고하는 게 현명하다. 감정회사들은 작은 결점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카맥스는 ‘동절기 에어컨 작동 여부’를 포함해 차량 내부까지 검사한다.

계기판의 주행기록계도 중요하다. 차량을 시운전할 때 주행기록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일리지와 차량의 가치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회사 사장은 차의 가치는 마일리지가 결정하지만 운행거리가 짧다고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최종가격은 중고차 구매담당자들이 개인의 경험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렁크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면 프레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형사고를 당한 차량이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조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카 펙스 같은 회사를 통해 차량 역사를 살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제 값 받고 중고차를 팔려면
선루프나 가죽시트 같은 옵션이 장착된 차는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에서 제공하지 않는 옵션을 사용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개조한 차는 가격이 떨어진다.

클레이는 차체를 높이거나 낮추면 중고차 시장 가치가 낮아진다. 미쓰비시 이클립스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50명이라면, 차체에 변화를 준 이클립스에 관심을 갖는 고객은 1명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차량의 연식, 마일리지, 상태, 옵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소형차에 트럭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처럼 일반 상식을 벗어난 부품이나 치장품 사용도 좋은 가격을 받는데 도움이 안 된다. 정기 차량 정비를 받지 않거나, 순정부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차 값은 떨어진다. 무엇보다 차를 팔기 위해 딜러에 갈 때 깨끗하게 세차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중고차 매매시 필요 없는 걱정들

작은 흠집은 차 가격 산정에 별 영향을 안 끼친다. 손톱크기 정도의 흠집이라면 깨끗하게 페인트칠만 하면 된다. 사소한 접촉사고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사소한 흠집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만일 대형사고가 났던 차라면 사실을 밝힌 뒤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게 낳다. 중고차 딜러와 감정회사의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로 인한 결함을 과학적 방법으로 판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의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