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어선이 지난달 호주 남서쪽 해안에서 물고기를 잡다 긴급 출동한 호주 순찰선의 추격을 피해 황급히 내뺐다. 멸종위기로 어획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를 불법 어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선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순찰선의 공조로 도주 21일만에 체포됐고 배 안에는 100만달러 상당의 이빨고기가 쌓여 있었다.
’메로’ 또는 ‘칠레농어’로 불리는 이 물고기는 덩치가 큰놈은 길이가 2미터에 달하고 남극해 깊은 곳에 살며 맛좋고 영양 풍부해 고급 식당에서 ‘핫 메뉴’로 자리잡고 있어 환경운동가들의 ‘보호’ 외침에도 불구하고 불법 어획이 자행되고 있다. 지구인이 먹는 메로의 8할이 불법 어획된 것이므로 메로의 멸종과 이로 인한 생태계 균열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고래도 불법 어획의 주요 목표물이다. 무게가 12톤에 길이가 7~8미터의 밍크고래도 수난을 겪고 있다. 임신기간이 약 10개월이며 새끼에게 4개월간 젖을 먹이는 등 사람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포유동물이지만 한 마리가 2만달러를 호가하니 ‘돈독’ 오른 불법 어획꾼들을 말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알 요리가 일품인 철갑상어도 언제까지 식탁 위에 올라올지 의문이라고 한다. 알을 낳으려면 약 15년 정도 돼야 하는데, 알은 물론이고 고기까지 인기가 있다보니 마구잡이로 걷어올려 고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철갑상어로 유명한 러시아의 한 해역에서는 불법 어획량이 합법 어획량의 10배를 넘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매년 3,000만달러 어치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국제 희귀동식물 통제기구의 충격적인 자료는 더 이상 ‘충격’이 아니다.
전복과 바닷가재 불법 채취도 골칫거리다. 뉴질랜드의 경우 적발 시 징역 5년의 중형을 내리지만 불법 어획으로 유통되는 ‘검은 돈’이 매년 2,5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바닷가재의 어획기간, 방법, 수량 등을 법으로 정해 규제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17일까지, 맨손이나 고리 넣은 그물로, 1인당 7마리씩 잡을 수 있다는 규정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인 세 명이 얼마 전 LA인근 팔로스버디스 반도 인근 해안에서, 작살로, 56마리를 잡다 캘리포니아 수렵국 요원에 검거됐다.
한국에서 대나무를 잘라 물고기를 찔러 잡는 것도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환경보호 의식이 높은 미국에서 그것도 대낮에 ‘섬뜩한’ 작살로 바닷가재를 잡은 것은, 설령 적발되지 않았다 해도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이다. 작살에 찍힌 바닷가재들이 배고픈 노숙자와 에이즈 환자들의 입맛을 돋우었다는 후문을 듣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기엔 낯뜨거운 일이다. 바닷가재만 작살을 맞은 게 아니다. 우리의 이미지도 작살을 맞았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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