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앞으로 다가온 가주 주지사 소환투표가 점입가경이다. 제9 연방 항소법원이 선거를 3주 남겨 놓고 투표 일자를 내년 3월로 연기한지 불과 며칠만에 같은 법원이 이를 다시 뒤집어 원위치 시켰다.
수 십년간 사용해 오던 펀치카드를 문제삼아 갑자기 부재자 투표가 이미 실시된 선거 일자를 늦춘 어리석은 결정을 바로잡은 것은 잘된 일이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 법원이 이처럼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선거를 연기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던 미 민권연맹(ACLU)이 연방 대법원까지 상고하지는 않겠다고 해 일단 10월에 선거는 치러질 모양이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우선 이를 계기로 공화 민주 양당의 내분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안을 상정하는데 자기 돈 170만달러를 내놓고 앞장섰던 대럴 아이사는 공화당의 슈워제네거와 맥클린톡이 끝까지 유세를 고집하자 둘 중 하나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소환반대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나왔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원래 사이가 나빴던 데이비스와 부스타만테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부스타만테는 처음 ‘소환은 반대, 대타는 나’를 구호로 삼다가 슈워제네거와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오자 소환반대 얘기는 쏙 빼고 자기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투표 결과 데이비스가 소환되고 슈워제네거가 당선될 경우에도 문제는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60% 대 40%로 소환안이 통과되고 슈워제네거가 30%를 얻어 주지사가 될 경우 사실상 데이비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를 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들은 다시 소환투표를 실시, 내년 3월 슈워제네거를 쫓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해 슈워제네거가 50%의 지지를 못 받고, 데이비스가 출마해 다수 표를 얻을 경우 다시 주지사가 바뀌는 코미디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게 생겼다.
데이비스가 소환되고 부스타만테가 30%로 주지사가 될 경우에도 지난 번 선거에서 48%를 얻어 당선된 데이비스도 소환했는데 부스타만테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공화당이 다시 소환 캠페인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소환투표는 정치인이 직무상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거나 건강상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렵게 됐을 때를 가정하면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자기 손으로 뽑은 정치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수시로 갈아치우는 것은 선거의 의미를 희석시킬 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해친다. 지난 수개월간 소환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을 돌이켜 보면 소환제도가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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