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종교전문기자 . 목회학박사)
합리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 중 하나다. 여기에 자본주의와 실용주의가 보태져 미국은 이룩됐다. 미국은 이에 더해 국익주의도 합세해 있다. 국익주의란 국가 이익을 최우선하는 주의다. 미국이 펼치고 있는 무역주의를 보면 여실히 증명된다. 국익주의에 안주해 있는 국민들은 어떤 면에선 상당한 혜택과 보호를 받는다.
합리주의란 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합리주의는 합리주의라 하기보다는 ‘합리화’에 가깝다. 즉, 자기 합리화다. 자기 합리화는 어떤 경우 상당히 자신을 여유 있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손해를 보았다 치자.
자기 합리화할 경우, 그 손해가 합리화되어 ‘저기서’ 이익으로 둔갑되기도 한다.직장의 경우 본봉은 적지만 부가가치를 올려주는 직종들이 있다. 월급은 적어도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어주는 곳도 있다. 직업의식을 갖고 일하게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 일할 경우,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된다고 자부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돈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직종에서는 일연의 부가가치가 발생돼 자신의 생을 더욱 보람되고 폭 넓게 살아가게 할 수도 있다. 자기합리화 할 경우 이런 부가가치가 본봉에 버금가는 미래의 수익이 된다고 합리화시킬 수 있다. 어디까지나 자기합리화 이지만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실용주의는 현실주의와 비슷한 면이 있다. 사랑 하나만으로 결혼한 젊은 부부가 있다. 그 사랑, 현실에 부딪치면 얼마 견디지 못한다. 우선, 쌀이 있어야 밥 먹을 수 있다. 쌀이 떨어져 굶는 상태인데도 사랑만은 할 수 없다. 사랑이 밥을 대신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의식주다. 입을 것이 있어야 한다. 먹을 것이 있어야 한다. 잠잘 곳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야 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원체 쌀값이 싸니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쌀‘이란 그냥 쌀이 아니다. 돈이다. 경제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의식주도 해결 되야 하지만 자동차도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곧 발이니 그렇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낳을 수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 그 불편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자동차를 사서 타고 다닐 때 사치로 타고 다니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현실주의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동차는 교통의 수단으로 타고 다닐 때 실용주의가 된다. 사는 곳도 마찬가지다.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용주의로 살고 입으려면 현실에 맞게 집도 살아야 하고 입는 것도 현실에 맞게 입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이 안고 있는 실용주의이자 현실주의다.
한국은 체면으로 유명한 나라다. 체면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옆집에서 벤츠 타고 다닌다고 나도 벤츠를 산다. 수입은 벤츠를 타고 다닐 수입의 반도 안되면서. 그렇다면 그것은 체면치레다. 앞집에서 수백 만 원 짜리 외제 옷을 입고 다닌다고 나도 그 옷을 사서 입는다. 남편의 월급이 그 외제 옷 한 벌 값밖에 되지 않는데도. 이것은 현실주의가 아니다.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가는 것은 실용주의가 아니다. 현실주의가 아니다. 자신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한다.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실용주의고 현실주의다. 한국이 아직도 개발도상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1인당 년 국민소득이 1만 달러밖에 안 되는 것은 체면치레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주의는 감성이 아닌 이성을 발판으로 한다. 감성은 좋다. 그러나 감성이 감정으로 바뀌면 이성을 잃게 된다. 사람은 감정이 앞설 때 일을 그르칠 수가 있다. 합리주의는 냉철한 판단을 요구한다. 합리주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 전체를 파악한다. 숲과 나무를 함께 보며, 숲과 나무 사이에서 자라나는 작은 풀들까지도 본다.
실용주의는 ‘나’를 실용으로 할 때 이루어진다. 자신이 실용이 되려면 자신의 눈앞과 발 밑, 머리 위를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적응시켜야 한다. 부가가치를 계산해 자신의 수입을 가상으로 늘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자신을 비하시키면 안 좋다. 국익주의 최우선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이 나라 백성들.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자기합리화의 하나다. 자본주의에 떠밀리지 않고 살아 남으려면 합리주의 속에 자신을 합리화시켜 공동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게 실용주의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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