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호가 휩쓸고 간 한국에서 엄청난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해일에 밀려 육지로 올라가버린 배와 물이 밀어닥쳐 떼죽음이 발생한 지하 노래방, 산사태에 휩쓸려 자취마저 사라진 마을과 저수지가 넘쳐 물에 잠겨버린 마을이 처참하기 그지 없다.
어쩌다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져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좌절 속에 몰아넣고 있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태풍처럼 천재지변은 무서운 것이다. 태풍 뿐 아니라 홍수, 한발, 지진 등 모든 천재지변은 자연을 황폐화 시키고 인간의 생활을 여지없이 파괴시킨다. 그래서 고대 사람들은 자연재해를 신의 진노라고 두려워했다. 사람이 신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에 신이 내리는 형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통치자들이 부덕의 소치로 여겼고
큰 변고의 징조로 보기도 했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자연재해를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천문기상의 변화, 또는 지표면의 이상활동 등으로 인한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데서 자연재해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시끄러울 때 자연재해까지 발생하면 “왜 이런 일이 또 난단 말인가” 하는 원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자연재해와 같은 현상이 우리의 인생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아무 탈 없이 지내던 우리들의 인생살이에서 갑자기 불행이 태풍처럼 휘몰아쳐서 그동안 이루어 놓았던 인생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중병 선고를 받는다든지 잘 되던 사업이 망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며 가정이 파탄하거나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인생에 휘몰아치는 불행이라는 태풍은 자연재해 보다도 심한 처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단란했던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건강을 잃고 재산마저 탕진하게 되면 멀쩡하던 사람이 노숙자가 되기도 하고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하면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
다.
이런 인생의 불행도 자연재해처럼 불행을 초래하게 한 원인은 있다. 평소에 건강 관리를 소홀히 했다든지, 사업을 하면서 무리한 투자를 했거나 사기를 당했다든지, 또는 가정을 등한히 한 것 등이 이런 불행을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풍이 밀려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사에서도 어려움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이를 피하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문제를 잇달아 일으키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가 폐허가 되어 참담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다. 가옥이 떠내려간 자리에 다시 집을 짓고 농사를 망친 농토에 다시 씨앗을 뿌린다. 그러므로 재난을 당한 사람이 언제까지나 절망 상태에 빠져있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재기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도움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민이 성금을 모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불행을 당한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어떤 고난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좌절과 실의에 빠져 포기할 것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 칠 때 불행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재해를 당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불행을 당한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은 용기를 잃지 않게 하는 따뜻한 위로와 도움일 것이다.
태풍 「매미」호는 곳곳에 처참한 상흔을 남겼지만 태풍이 지나고 난 가을하늘은 맑게 개였다. 태풍의 위력이 아무리 거세어도 지나가는 한 때의 바람이었던 것처럼 우리네 인생에서 휘몰아치는 불행이라는 태풍도 그런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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