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차가 들이 받혀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토탈 로스’(total loss) 판정을 받아 보상금으로 5,000 달러를 지급 받기로 됐던 한 한인은 차를 수리하기 위해 타운 인근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바디샵에 맡겼다.
이 바디샵은 차가 ‘토탈 로스’ 났다는 얘기를 듣고는 차량 연도, 마일리지 등을 따져 보상금 규모를 짐작했는지 “4,995달러면 우그러든 곳을 쫙 펴서 새차처럼 말끔하게 고쳐주겠다”고 장담했다. 어떻게 5달러 차이로 맞출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 했지만 시세를 모르는 차주는 “보험금 타서 지불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수리 착수’를 지시했다.
다음 날 우연히 직장동료와 대화를 하던 중 더 싸게 수리하는 바디샵이 있다고 귀띔 받았다. 그곳에 문의해보니 넉넉잡아 3,000달러면 충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몇백 달러 할인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한인은 “차를 맡긴 바디샵에 가서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더니 3,000달러에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신뢰에 금이 간 터라 그냥 차를 끌고 나왔다”고 했다.
일부 바디샵의 바가지 상혼에 분개하는 한인이 적지 않다. 다른 한인은 사고로 차 앞부분이 조금 찌그러져 바디샵으로 갔다. 파손상태가 대단치 않고 바디샵 측이 차주 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해서 신경을 끄고 있었다. 이 한인은 약 보름 후 깨끗해진 차를 가져왔다. 헌데 얼마 후 보험사에서 날아 온 편지 내용을 보고 놀랐다. 수리비로 청구한 액수가 4,000달러 가까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험료가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바가지 씌우기는 일부 바디샵만의 ‘비행’이 아니다. 경기가 나쁘다보니 틈만 나면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려는 ‘야바위 상혼’이 활개친다. 장사가 잘 안 되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고객의 마음을 잘 읽고 남보다 한발 앞서 소비자에게로 달려가는 상도의에는 관심이 없다.
GE사의 의료시스템 분야 책임자였던 제프리 이멜트는 1997년 자사에서 만든 MRI(자기공명장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답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환자의 상처가 너무 심해 MRI에 15분간 누워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15분간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민원을 접수한 이멜트는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즉각 팔을 걷어 부쳤다. 15분간 밀폐된 공간에 들어갈 필요 없이 몇 분만에 온몸을 체크할 수 있는 광속투시기를 개발해냈다. 이는 GE사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됐고, 이멜트는 이 업적을 밑거름으로 해 2001년 GE회장 자리에 올랐다.
손님을 ‘다시 안 볼 봉’으로 여기지 않고 ‘놓칠 수 없는 단골’로 만들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길게 보는 장사’라는 교훈을 얻음직하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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