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출현한 곳이 아프리카일 것으로 처음 짐작한 사람은 다윈이다. 1859년 그가 ‘종의 기원’을 펴냈을 당시 이를 입증한 물증은 없었지만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은 원숭이이고 원숭이가 가장 많은 곳은 아프리카니까 아마도 인간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을 것’이란 간단한 논리로 그는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 설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이제 고고학이나 언어학, 유전학적으로나 거의 틀림없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석기인을 닮은 호주 원주민과 금발의 스웨덴 미녀는 겉으로 보면 천양지판이지만 유전자를 비교해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산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사는 아프리카 원주민 부족간 유전자 차이가 더 크다. 언어를 분류해 봐도 같은 아프리카 지역 내 부족들 언어 차가 영어와 중국어 거리보다 더 멀다.
최신 이론에 따르면 지금 전 지구상에 퍼져 있는 모든 인류의 조상은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걸어나온 것으로 돼 있다. ‘인류는 한 형제’란 명제가 한가한 구호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임을 입증한 것은 현대 과학이 이룩한 가장 큰 성과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에 따라 인간을 평가하는 인종차별주의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종 차별 도를 확실히 재는 기준의 하나는 인종간 결혼에 대한 인식이다.
타 인종과의 결혼을 주제로 한 고전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은 인종분규가 한창이던 1967년 만들어졌다. 딸이 부모 몰래 흑인 의사와 사귀다 집으로 초대, “장차 신랑이 될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백인 부모는 기겁을 하지만 결국 승낙한다는 줄거리로 바뀌는 백인들의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해 연방 대법원은 타 인종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을 불법화한 15개 주법을 무효화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30여 년 간 타 인종과의 결혼은 10배가 늘어 지금은 전체 결혼의 4%인 160만 쌍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의 1/3, 아시안 남성의 36%, 아시안 여성의 45%가 백인과 결혼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 결과 어느 인종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자녀가 급증하자 연방 센서스 국은 수년 전 아예 스스로 복수 인종임을 표시할 수 있도록 설문지를 고쳤다.
주지사 소환에 묻혀 별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오는 10월 선거에는 주 정부로 하여금 범죄와 의료 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의 인종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주민 발의안 54가 상정돼 있다.
이 안 지지자들은 이것이 “피부색을 따지지 않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반대자들은 “인종 차별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발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 십 년 간 인종 차별에 관한 한 장족의 발전을 해왔다. 정부 통계에 인종을 표시하는 것이 과연 인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를 철폐할 때가 과연 지금인지 각자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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