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하지 못하는 한국의 초·중·고교생들에게 10여 년간 장학금을 매달 조금씩 지원하고 있는 한인이 있다. 그는 한국의 장학재단에서 분기별로 보내 오는 책자의 성금 기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이 한인은 “쥐꼬리만한 액수를 보내는 것이지만 공부를 하고 싶어도 먹고사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명단에 적힌 이름을 가끔 보여주었는데, 왠지 스스로 생색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곤 했다”며 겸연쩍어 했다.
남을 돕는 것은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훈훈함을 선사한다. 이 훈훈함의 정도를 ‘기탁방법’ ‘성금출처’ ‘성금용도’에 따라 달리 점수매길 수 있다.
‘기탁방법’에는 성금을 내면서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기부자의 존재를 분명히 알리는 방법(1점), 자녀 이름 대신 쓰기(2점), 자신만 알아보도록 서명으로 대신하는 방법(3점), 차후에 자신도 알아보기 힘든 이니셜만 쓰기(4점), 자신이나 주변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익명기부(5점)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과학적이진 않지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기’를 잣대로 배점했다.
‘성금출처’는 부모에게 상속받았거나 로토 대박이 터져 굴러 온 돈(1점)인지, 아니면 본인이 땀흘려 번 돈(2점)인지로 구분할 수 있다. 평생 삭 바느질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장학사업에 내놓은 할머니의 미담과 ‘공 돈’의 일부를 떼어 냈다는 뉴스는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금용도’는 정치캠페인이나 자신이 소속한 단체에 기부하는 경우(1점), 아무 연고 없는 불우이웃에 기부한 경우(2점)로 구분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불고 있는 주지사 소환운동에 돈을 낸 공화당원과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 없이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준 기부자를 ‘동점’취급하긴 곤란하다.
최하위는 풀 네임(1점) x 공돈(1점) x 이해관계(1점)=1점이고, 최상위는 익명(5점) x 땀흘려 모은 돈(2점) x 불우이웃(2점)=20점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한층 사회가 밝고 명랑해진다. 불경기일수록 높은 점수는 커뮤니티의 활력소가 된다.
하와이에 사는 한 독지가가 ‘젊음의 집’에 100만 달러를 쾌척했다. 이름 밝히기를 끝내 거부했고(5점), 사업을 열심히 해 번 돈(2점)을 청소년 선도(2점)에 선뜻 기부했으니 ‘20점 만점’ 성금이다. 이민생활에 적응 못한 청소년들을 돕는 ‘젊음의 집’에는 천군만마와 진배없다. 한인사회에는 이러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경기가 나빠서인지 제 2, 제 3의 ‘만점 기부’가 간절히 기다려진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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