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석양이 무척 아름다웠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웨스트 LA로 향하던 중 붉게 물든 구름이 겹겹이 하늘을 수놓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촉촉한 마음으로 저물어가는 하루를 환송했다. 그날 식사도중 한 친구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어제 보름달이 떴는데 바로 옆에서 화성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던지 말이야, 정말 놀랬어”
우린 무슨 소린가 눈이 둥그래졌다. “무슨 말이야, 화성을 어떻게 본다는거야”
“어머 너는 신문기자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니? 화성이 6만년만에 처음으로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왔다고 신문에도 났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와 하늘을 보니 정말이었다. 그날 따라 화려한 석양의 잔재를 보여주는 구름들 사이로 약간 기운 달이 아련한 달무리를 두르고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정말로 너무나 밝고 큰 무엇인가 ‘반짝’ 빛나고 있었다.
보통 별 같지가 않고 마치 작은 불을 켠 것처럼 가깝고 밝아서 비행기 불빛이 아닐까, 인공위성이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니 전혀 그것과 달랐고, 또한 그렇게 큰 인공위성도 이제까지 본적이 없으니 분명 친구의 말대로 화성(!)인가 보았다.
다음날 밤, 남편에게 잘난체를 시작했다. “자기 화성 봤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얼굴로 남편이 쳐다본다.
“지금 6만년만에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왔대. 그래서 달 옆에 크게 떠있어. 정말이야. 지금 나가서 볼래?” 남편은 무슨 소린지 긴가민가하면서도 평소 ‘허튼 소리하는 법이 없는 아내’(!)가 호들갑을 떠니 어슬렁 따라 나왔다.
화성은 전날보다 달에서 훨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마 계속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이리 저리 관찰하던 남편은 분명 범상한 별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나와 촬영을 시작했다. 그 깜깜한 밤에 조명도 없이 제대로 찍힐 리가 없건마는 그래도 여러 번의 노력으로 몇 장은 작게나마 화성의 존재를 담게 되었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화성이 6만년만에, 즉 인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때 이후 처음으로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왔으며 이런 대접근 현상은 8월27일 밤 9시께 남동쪽 하늘에서 절정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순간 지구와 화성의 사이는 186 광초, 즉 지구에서 빛을 쏘면 3분6초만에 화성에 닿는다고 하며(평소에는 21분까지 걸린다고), 해와 달을 제외하고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크고 밝은 자연물체가 될 것이라니 이렇게 설레일 데가 있나. 물론 그날 전후로 한달동안 계속 밝게 빛나기 때문에 매일밤 관측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태양을 공전하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중 지구는 원운동을 하고 화성은 타원형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즉 지구의 원일점(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어질 때)과 화성의 근일점(화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갔을 때)이 일치할 때 지구와 화성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하와이 여행중인 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지 못해 안달이 났던 나는 다음날 아들의 전화를 받자마자 화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별빛이 더 아름다울 하와이에서 꼭 찾아보라고. 물론 8월27일에는 온 가족이 산에라도 올라가서 이 역사적인 장관을 구경하리라.
화성은 앞으로 284년 뒤인 2287년에나 또 이렇게 가깝게 다가온다고 한다. 나의 몇대 손이 나처럼 흥분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게 될지, 너무 신기하고 신비롭지 않은가? 화성이 나에게, 내가 화성에게 뭐라고 말이라도 걸어야할 것 같다. 하이, 숙희! 하이, 마스!
땅만 보고, 사람만 보고, 돈타령하며 살던 일상, 앞으로 한달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살 일이 있어서 마음의 주름이 활짝 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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