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는 아주 빠르게 자랍니다. 대학 학비는 자녀가 자라는 것보다 더 빠르게 오릅니다. … 자녀의 교육자금은 마련하셨습니까?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요즘 남가주 지역 방송에 나오는 학자금 적금 광고이다. 자녀가 대학 진학을 앞둔 중산층 부모들이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광고이다. 정말이지 아이는 어느새 자라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 세월동안 모아놓은 자금은 별로 없으니 부모는 답답할 뿐이다. 첫 아이가 올해 동부의 J대학에 합격한 C씨의 케이스.
“아들이 UC 계열 대학에 들어가길 바랬는데 합격하지를 못했어요. 두 군데밖에 원서를 넣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지요. 실망하고 있던 차에 동부에 있는 대학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 왔습니다. 모두들 좋아했지요”
그런데 대학 등록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마냥 좋아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합치면 4만달러가 넘는 데 그 돈을 감당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비보조금과 학자금 융자가 나온다 하더라도 1년에 2~3만 달러는 부모가 마련을 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아들이)입학을 포기하고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는 것까지 생각해 봤어요. 결국 아들이 1년간 등록을 미루고 학비를 번 후 내년에 입학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딸이 아이비리그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K씨는 딸을 ‘돈 먹는 하마’라고 부른다. 학비와 기숙사비가 4만2,000달러 정도, 책값, 잡비, 1년에 몇 차례 집에 올 때 드는 항공비등을 합치면 연간 교육비는 5만 달러 선. 다행히 여러 군데서 장학금을 타서 많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연간 송금한 액수를 따져보면 3만 달러는 족히 된다.
재정적 부담이 덜한 주립대학들도 올해부터는 만만치 않다. 전국적 불경기 여파로 주정부들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고등교육 지원 예산을 뭉턱 뭉턱 깎아내자 대학들이 줄줄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UC와 칼스테이트 계열 대학 학비가 올 가을부터 30%씩 오른다. 주립대학은 학비 부담이 없어 좋다던 것도 옛말이다.
UCLA를 예로 들면 가주 출신 대학생 연간 학비는 지난 2001년 4,236.27달러, 지난해 4378.27달러였던 것이 올해 5,819.52달러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기숙사비 1만달러 정도와 책값, 잡비를 합치면 연 2만달러는 교육비로 잡아야 한다.
자녀 교육비로 가장 답답한 계층은 수입이 어정쩡한 중산층 월급쟁이들. 학비 보조를 받기에는 소득이 넘치고 그렇다고 학비를 직접 부담하기에는 너무 벅찬 계층이다. 입학원서 제출 때까지는 아이 성적 때문에 노심초사 하다가 아이가 합격하고 나면 학비 때문에 걱정이 시작된다. 자녀의 대학 입학 - 지출의 우선 순위가 바뀌는 기점이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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