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토론·토크쇼 잇따라 주제로 등장, 진보주의자 이어 공화당서도 문제제기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경계했던 제국(empire)이 돼 가고 있는가?’
최근 워싱턴에서 각종 포럼이나 토크쇼, 만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토론의 주제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미국의 제국화’에 관한 논쟁이 워싱턴의 한여름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지식인들이 미국의 제국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 온 지는 오래다.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4월 강연에서 이라크 전쟁을 ‘제국주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반감에 가득찬 경쟁국들을 누르고 우월한 지위를 지키려다 외로운 존재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위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도 ‘오만한 제국’ ‘아메리카제국의 출현’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미국의 독선을 지적해 왔다. 심지어는 미국과 로마제국의 유사성을 제시하며 미국도 잘못하면 로마와 같은 멸망의 길을 걸은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최근 제국주의 논쟁이 주목받는 것은 진보적인 인사를 뛰어넘어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에게까지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좌관을 지낸 보이든 그레이는 제국화의 위험과 건국 시절의 가치로 회귀해야 할 필요성을 미국인들에게 교육시키는 방안들을 연구하는 소그룹에 참여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고위 관리였던 워싱턴의 경제전략연구소장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불량 국가’라는 저서에서 미국을 ‘인식되지 않는 제국’이라고 표현했다. 닉슨 센터의 디미트리 심즈 회장은 ‘미 제국의 곤경’을 다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런 목소리가 공화당원 등 보수파 전체에 미치는 반향은 크지 않다. 신보주의자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인 빌 크리스톨은 “사람들이 우리가 제국적 권력이라고 말하기를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다”며 이런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맥스 부트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세계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자유의 제국’으로서의 미국을 주창하며 임무 완성을 위해 국방비를 2배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의 제국적 성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만 이러한 경향은 현 부시 행정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보 다알더 수석연구원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겠다고 한 것은 국제적인 조직을 통해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믿었던 반면 신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이 홀로 행동하기를 원한다는 것이 다르다”며 “신보수주의자들은 민주주의적 제국주의자들”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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