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위대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언뜻 보기에 하찮은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1955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로자 팍스는 평범한 재봉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차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체포되면서 사실상 민권운동에 불을 당겼다. 갓 이곳으로 이주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민권운동가로 두각을 나타나게 된 것도 로자 팍스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만든 모임 회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대럴 아이사는 대다수 가주민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그는 10대 시절 여러 차례 차량 절도와 불법 무기소지 혐의로 구속된 경력이 있다. 한 마디로 차털이 전문 좀도둑이었다. 워낙 차를 많이 뜯다 보니 차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알람이 좋고 어떻게 설치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가 됐다. 이런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차린 회사가 지금 널리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의 하나인 ‘바이퍼’ 제조회사다. 아이사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 연방 하원의원(공·가주)에 당선됐다. 그의 재산은 현재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사의 꿈은 가주 주지사가 되는 것이다. 불과 몇달 전까지도 대다수 정치인들은 그를 비웃었다.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 돈 좀 벌었다고 어디를 넘보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웃지 않는다. 아이사가 100만달러가 넘는 자기 돈을 투입, 주지사 소환안을 주민투표에 부치는데 필요한 정족수 90만을 훨씬 웃도는 130만명의 서명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 10월 역사적인 소환투표를 실시할 것이 확실해졌다.
투표자 과반수가 소환에 표를 찍으면 같은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린 후보 중 최다 득표자가 몇 표를 얻느냐에 관계없이 주지사로 당선된다. 아이사는 제일 먼저 이름이 올라갈 예정이고 지난 번 선거에서 데이비스에게 진 빌 사이먼,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즈네거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별도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해 데이비스가 소환되면 공화당 주지사 탄생이 확실시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10년간 선거에서 참패만을 맛 봐온 가주 공화당으로서는 설욕의 기쁨과 함께 정치판도를 다시 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38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의 인기도 20%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주민 51%가 그를 소환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그가 소환되면 가주 소환제도가 생긴지 100년 만에 처음이며 미국 전체로는 80년 전 노스다코타 주지사 소환 이후 처음 이다.
과연 올 10월 데이비스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사이먼이 작년에 진 빚을 갚게 될지, ‘터미네이터’ 주지사가 탄생할지, 아니면 전직 차량 절도범이 꿈을 이루게 될지 볼만한 구경거리가 될 듯하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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