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사는 한 노인 운전자는 최근 ‘Wrong Way’ ‘Do Not Enter’라고 적힌 표지판을 미처 보지 못하고 프리웨이 출구로 잘못 들어가려다가 다행히 금방 알아차리고 차를 돌려 황급히 빠져 나온 경험이 몇 번 있다고 했다. 다른 노인은 앞차가 빨간 신호등에 서 있어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미 늦어 앞차의 뒤 범퍼를 들이받은 적이 서너 번 있다고 했다.
2년 전 이글락에 사는 한인할머니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들을 데려오기 위해 차를 몰고 학교에 도착해 정차한다는 것이 그만 정반대로 엑셀을 밟아 픽업을 기다리던 어린이들을 다치게 한 일이 있었다. 라구나 힐스에 거주하는 70대 후반 할머니는 비슷한 시기에 교차로에서 빨간 신호등을 보지 못하고 질주해 가로 질러가던 모터사이클과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할머니는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320시간의 사회봉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모터사이클에 타고 있던 셰리프 요원은 사고발생 후 5일만에 사망했다.
지난 98년 샌타모니카에서는 96세 할아버지가 15살 난 소녀를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후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주행 재시험을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노인단체의 로비에 의해 무산됐다. 체력이나 경제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어엿한 한 표를 갖고 있으니 정치인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상대인 모양이다.
5년만에 샌타모니카에서 또 다시 주목받을 만한 노인 운전사고가 발생했다. 86세 할아버지가 브레이크를 대신 엑셀을 밟은 채 인파가 붐비는 마켓에 돌진해 60여명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자 노인 운전자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 노인단체들도 조기진화에 나서고 있어 입법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 같다.
노인 운전자의 적발요인 중 35%가 불안전한 차선변경, 25%가 불안전한 좌회전으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좌회전이나 차선변경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피상적인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의 사고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더 높지 않다. 그러나 노인들의 평균 주행거리가 짧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사고율이 껑충 뛴다는 유추해석이 가능 하다.
10~15년 후면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운전자가 되면서 70세 이상 운전자가 지금보다 60%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1년에 1만여 명의 노인 운전자가 윤화로 사망할 것이란 섬뜩한 예상도 나와 있다. 그런데도 캘리포니아에서는 주행 재시험 없이 70세 때 필기시험과 시력 검사를 받기만 하면 된다.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노인 운전사고 예방에는 당사자가 가급적 운전을 삼가거나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강력한 법안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노인단체들도 투표권을 내세워 ‘옹고집’을 부려선 안 될 것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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