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은 모두 생활에 쫓겨서인지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생활에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국인들처럼 휴가도 필요하다. 휴가란 첫째 그 자체가 휴식이고 둘째 견문을 넓히는 인생공부의 좋은 기회며 셋째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그래서 여행에 드는 돈은 ‘인생공부 비’ 또는 ‘건강비용’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한인들은 막상 ‘휴가’하면 얼른 머리에 ‘돈 쓰는 것’과 ‘일에 손해가 온다’는 생각부터 하게된다. 즉 돈 손해, 시간 손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도 좋고 돈도 좋지만 여행을 통해 얻는 유익함을 생각하면 무슨 수가 나도 휴가는 가야 한다.
휴가란 생활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못 가는 게 아니라 가만 보면 아예 안 갈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들도 안가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있었던 얘기다. 어떤 가정의 부인이 남편에게 늘 “생활이 너무 복잡하고 답답하니 이런 환경에서 한번 벗어나자. 젊었을 때 세상 한번 구경하자”고 졸랐다고 한다. 그랬더니 남편이 “살기도 어렵고 시간도 없는데 뭣 때문에 나가서 돈 쓰고 시간 버리며 고생을 하느냐”며 “집에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고 골프나 치지” 하면서 절대로 휴가를 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일 년 열 두 달 가게에 붙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편은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정말 여행 한번 가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아내의 청을 들어주질 못했다. 이 남편은 결국 말년에 후회하는 삶을 살다 60세도 안 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한다.
건강이 나빠져 몸져 누워있는 동안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 돈 들여 건강할 때 여행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가게를 하는 상당수의 한인은 왜 휴가를 못 가는가. 가게를 비우면 무슨 큰 일이 나는 줄 알고 종업원을 믿지 못하는 데다 일하는 사람에게 웃돈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온 지 10년이 지나도 휴가 한번 못 간 한 한인이 어느 해 주위에 이끌려 간신히 휴가를 갔다. 며칠 후 돌아와 보니 전에는 큰일 날 줄 알았던 가게가 그대로 멀쩡하게 있더라며 아주 기분 좋아하더란다. 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휴가를 안가는 사람이 더 병에 잘 걸린다고 한다.
어떤 한인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주말이면 무작정 가까운 마을을 찾아 다녔다. 그 곳에 가면 반드시 그 지역의 유적이나 학교 등을 순례했다. 그것이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오래 남아 정서적으로는 물론, 교육적인 효과도 만점이더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여행에 대한 대차대조표의 결과다. 잃은 돈과 시간에 비해 얻는 수익성은 몇 배나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여행이란 하면 할수록 세상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힘이 샘솟고 새로운 구상이 나오고 마음도 활짝 열려 생활에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왜 안 가는가. 지금이라도 어디론가 훌쩍 떠날 채비를 해보자.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