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내 13개 인권단체들이 모여 북한 자유연합(NKFC)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북한 주민의 자유 인권 신장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한다.
“핵 보다 심각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습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샌디 리오스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CWA) 회장의 기자회견은 한국인인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우리 동족의 처참한 인권상황을 문제삼고 나온 데 대한 수치심이 아니다. 북한과 아무 상관없는 그들까지 북한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돕고자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도대체 한국정부와 한국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는 서글픈 자괴감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의 비참한 인권상황을 몰라서 방치하고 있다면 이렇게 난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북한의 인권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한술 더 떠 북한의 인권상황을 여론화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방해까지 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바짝 쪼그라드는 한국정부의 이해 못할 태도는 이미 국제사회의 조소거리가 되고 있다.
몇 달 전 유엔 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 개선 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황당하게도 한국정부는 그 투표에 불참했다. 그 전에 결의안 상장 자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까지 기울였다고 한다. 그것도 무슨 잘한 일이라고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사람이 국회의원들의 질책성 질의에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당히 대답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당신 세금 낸 적 있어. 왜 국가에 부담 주려 해!” 천신만고 끝에 북한을 탈출해 구원요청을 해온 탈북자에게 이렇게 호통쳤다는 한 해외공관 직원의 양식 앞에서는 더 할 말을 잃는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 이라크 인들의 인권을 걱정하며 반대성명을 냈던 국가인권위원회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같은 이유로 이라크전쟁을 격렬히 반대했던 한국 내 반미·반전세력들도 어찌된 영문인지 북한의 기아·탈북자·인권유린 문제에는 관대하다.
한국정부는 궁색하게도 그 이유를 “전략·전술적인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인권은 지향해야 할 가치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장기적으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낫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문제가 있더라도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모른 척 해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묻겠다. 지난 5년여간 그런 정책으로 북한 인권상황에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그동안, 또 앞으로 북한주민들이 받았거나 받을 엄청난 고통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희생이란 말인가.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까 DJ정권시절에는 그랬다 치자. 도덕성을 누구보다 앞세우는 노무현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5.16 이후 한국의 통치세력은 군부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나눌 수 있다. 군부는 자신들의 부족한 집권 정당성을 독재를 통한 인권탄압으로 보완했다. 그런 군부독재를 물리친 것이 민주화세력이었다. 그들은 민주화를 통해 인권을 신장시키려 했다. 그 민주화 세력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그들에게 다시 묻고자 한다. 북한 주민들이 중요한가 아니면 김정일 정권이 중요한가.
전략·전술이라는 것도 그렇다. 인권은 전략과 전술 이전의 문제이며 어떤 체제경쟁이나 이념 논쟁에도 우선하는 최상의 가치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아와 폭압 정치에 죽어가고 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해결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 절박한 문제의 해결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람들이 한국정부와 한국인들이다. 지금 그 일을 미국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 한국인의 한사람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안병선/SF 지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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