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서 편안히 쉬려는데 원치 않는 전화가 걸려오면 짜증이 난다. 처음엔 그런 대로 들어주었는데 이젠 양이 늘어 저녁에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 세일즈 전화에 이골이 난 한 회사원은 “영어로 아빠를 찾으면 없다고 하라고 아이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며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해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노인들은 전화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었을 때 영어로 기관총 쏘아대듯 하면 무조건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 노인은 “말투를 들으면 분명 장사를 목적으로 한 전화 같은데 알아듣지도 못하니 계속 수화기를 들고 있을 필요도 없고 귀찮기도 해 몇 초만에 수화기를 놓는다”고 했다.
세일즈 전화공세를 당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신사적인 방어전략을 내던진 수신자들도 적지 않다. 세일즈 전화임을 확인하자마자 한국어로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게 딴청을 부리거나,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함흥차사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텔리마케팅 담당자의 기운을 싹 빼버리는 전술이다.
수화기에 대고 고함을 질러 상대방을 놀라게 하거나, 수화기를 유모차에 누워 있는 아기에게 쥐어 주어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로 응얼대며 장난치게 하는 주민들도 있단다.
“조금 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동정론이 우세하다. 원하지 않는 전화로 평온함을 깨고 말하고 싶지 않은 상대와 잠시라도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세일즈 전화금지’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세일즈 전화에 지친 주민들의 등록이 폭주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더 이상 성가신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니 그럴 만도 하다. 며칠만에 등록회선이 1,000만 건을 넘었고 시행 첫해에 6,000만 회선이 등록될 전망이다. 미국 전체 1억6,600만 회선의 4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물론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텔리마케팅 업계는 연간 500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용시장이 빡빡한 터에 대다수 파트타임인 텔리마케팅 종사자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해 한편으론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또 일부에서는 굳이 주민들이 “우리 집에 전화 걸지 말라”며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세일즈 전화 금지’ 프로그램 대신 세일즈 전화를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받을 사람들만 등록하는 ‘세일즈 전화 OK’ 프로그램으로 바꾸면 한결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얘기다.
아무튼 정치는 물론 비즈니스에서도 일방주의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인가 보다. 일반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코너로 몰던 텔리마케팅이 요즘 뭇매 맞는 모습이 그렇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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