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인구 3,880만명 기록… 흑인 집단 누르고 최다 소수계로 부상

정치·문화 등 각 분야서 영향력 행사
내륙 유입 급증 주민들과 마찰 빚기도

연방정부가 인구조사를 실시한지 2세기만에 처음으로 히스패닉 인구가 흑인 인구를 앞질렀다.

2002년 7월1일 현재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3,880만명으로 3,660만명을 기록한 흑인 집단을 누르고 최다 소수계로 떠올랐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히스패닉 인구는 2050년 6,000만명을 가볍게 돌파하게 된다. 이들의 밀집지도 서부와 동부 해안을 벗어나 내륙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히스패닉의 최대 소수계 등극은 이제까지 ‘흑’과 ‘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인종 역학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정치에서 문화와 스포츠에 이르는 사회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히스패닉의 인구 증가는 여러 면에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히스패닉 아동들의 급증세에 힘입어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한 니클레디온의 이중언어 프로그램 ‘도라 더 엑스플로러’는 미국 내에서 방영되는 아동용 상업 TV 프로그램들 가운데 시청률 2위를 달리고 있다. 미 전체 영화 티켓의 15%를 히스패닉 영화팬들이 구입하며 라틴 라디오 방송국이 전체 라디오 청취자의 5%를 장악하고 있다. 또 타임이 이들을 겨냥해 97년에 처음 발간한 ‘People en Espanol’의 판매부수는 41만4,000부로 불과 수년만에 2배로 늘어났다.
스포츠계에서도 히스패닉 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 최대 소수계는 히스패닉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도미니카계 알렉 로드리게즈는 연봉 2,500만달러의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애나하임 에인절스를 구입한 아르투로 모레노는 미국 내 최초의 히스패닉 구단주.

NBA는 급증하는 히스패닉 농구 팬들을 겨냥해 지난 시즌 스페인어 방송사를 통해 게임을 중계를 했고 ESPN은 올해 스페인어 풀타임 스포츠 채널을 신설한다. NBC도 텔레문도를 통해 2004년 하계 올림픽 경기를 134시간 동안 스페인어로 중계한다.

히스패닉 사업가가 소유한 미국내 기업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 기업 20개당 하나가 이들의 소유다. 히스패닉 업체들 가운데 연간 실적이 100만달러를 넘는 곳만도 2만7,000개를 헤아린다.

정치적 최대 소수계는 흑인·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는 흑인과 아시아계 이민자들과의 충돌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실제로 신참 이민자들에 해당하는 히스패닉은 일자리, 공공주택, 정치력, 라이프 스타일 등을 두고 흑인 및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멕시코 접경주의 주민들은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와 공공서비스 혜택을 훔쳐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흑인 사회는 특히 정치권이 표를 얻기 이해 히스패닉 그룹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다며 못마땅해 한다. 비록 최대 소수계의 자리를 내주었다고는 하나 투표율로 보자면 정치적 최대 소수계는 아직도 흑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히스패닉 표는 전체 유권자의 7% 정도에 불과하다. 불법 이민자가 많고, 합법 이민자들 가운데 18세 미만의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유달리 높을 뿐 아니라 투표 참여율마저 저조한 탓이다.

현재 히스패닉 연방하원의원이 고작 23명이고 상원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정치력에서 흑인에 비해 한 수 뒤진다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

<자료출처 USA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