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 먹겠다”가 요즘 서울에서 유행이다. “부장 못해 먹겠다” “사장 못해 먹겠다”에서부터 시작하여 “수위 못해 먹겠네”로까지 번졌는가 하면 “남편 못해 먹겠다”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는 “교장 못해 먹겠다” “선생 못해 먹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말한 것이 조크 시리즈로 등장한 것 이다.
대통령은 스타다. 레이건은 “배우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배우이어야 한다”고 자신의 백악관 생활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한 일이 무엇인가. 별로 없다. 노련한 참모들이 실무를 다 처리했고 레이건 자신은 항상 TV에 나와 웃으며 자신에 찬 표정으로 “America is back”이라는 소리를 되풀이했을 뿐이다. 그의 표정은 국민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고 대통령을 믿음직스럽게 보이게 했다. 국가의 위기를 심각한 얼굴로 호소하던 카터와는 너무나 딴판이었다.
대통령의 절대적인 의무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다. 아버지들도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표정과 언어를 골라 써야 한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직장에서 돌아와 한다는 소리가 “못해 먹겠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 집안 분위기 전체가 어두워지고 이것이 자주 계속되면 자녀들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맞고요, 맞습니다”까지는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조크로 넘어갈 수 있지만 “못해 먹겠다”가 새로운 조크로 튀어나온 것은 그의 이미지에 굉장한 손상을 입힐 것 같다. “못해 먹겠다”는 말속에는 자신감 상실이 포함되어 있어 대통령의 필수요건인 위엄과 권위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기업체의 장에서부터 가장에 이르기까지 리더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은 놀림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때 시사만화에서 뉴욕의 자유 여신상이 “나도 클린턴과 연애하고 싶어요”라고 소리쳐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권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기업진단 전문가인 피터 드러커는 지도자의 필수요건으로 위엄(integrity)을 꼽았다. 지도자가 위엄을 잃으면 불필요한 혼란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위엄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이 지도자를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믿을 수 있게 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하고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여러 가지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버티고 있는 것은 그가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지도자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국민이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류팀이 일류 코치를 만나면 일류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히딩크가 월드컵 축구에서 증명한 사실이다. 이류 선수는 없고 이류 코치가 있을 뿐이라는 브라질 축구감독 지코의 말은 새겨 볼 일이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과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선거운동을 잘해 대통령에 당선될 수가 있지만 그가 훌륭한 지도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권력만 잡으면 지도자가 되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이 따르고 국민이 인정해 줘야 지도자인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을 고무할 줄 알아야 지도자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그것이 리더십이다. 신나서 자진해 협조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리더십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고해야 할 일은 ‘탈권위’한답시고 튀는 행동을 하다가 우스꽝스러워지는 일이다. 엊그제 재벌들과 삼계탕 집에서 만난 것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그것이 탈권위라고 생각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탈권위’를 보여야 할 일이 무엇인가. ‘탈권위’를 너무 주장하다 보면 대통령의 모습이 우습게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