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스펀 통화정책 전환, ‘약 달러’ 침체 심화 시킬 수도
경기 둔화가 4년째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한인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3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제시하면서도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여 금리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유로 통화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한 그린스펀 의장은 "경제의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커져 가는 걱정
그러나 미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FRB가 일본형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했고 그린스펀 의장은 4월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가 하면 지난달 통화정책을 디플레이션 예방정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70년대 오일 쇼크 직후의 불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며 석유 가격은 떨어졌지만 오히려 물가 하락을 부추기는 상황이 됐다. 물가상승률은 80년대초 10%에 달했다가 2000년초 2.5%로 떨어지고 최근엔 1%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주식 시장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2000년초 5,000포인트에 이르던 나스닥 지수는 3분의1 수준에도 이르지 못해 자산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한다. 디플레이션 상태가 되면 기업들이 아무리 많이 팔아도 수익이 줄어 직원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줄이게 된다. 실업자가 늘고 이 때문에 소비가 더 위축되면 경제는 장기적인 침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 상황을 맞게된다는 것.
인플레이션이 환율과 이자율, 재정 등 거시 장치를 조절함으로써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악화되면 현재로서는 마땅한 처방도 없다. 15년 가까이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이 초기 5년 동안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겪은 후 디플레이션에 빠졌으며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어떠한 경기 부양 조치도 아직까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10년 이상의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대처 방법은 있나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을 풀어내면서 달러 하락을 유도해 수입 물가를 높임으로써 국내 하락을 상쇄하는 방법이 있다. 이미 미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약 달러’ 정책이 언급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달러는 유로화에 25% 이상 떨어졌다.
달러화 하락은 한인사회에도 여러 가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에서의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서 현재의 침체가 더 심화될 전망이다. 물론 원화 강세로 인한 관광객 증가의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한국 경제의 상황으로 볼 때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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