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추가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데에 합의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또는 군사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국의 강경 입장에 한국 측이 밀린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수 있을까? 9.11테러는 중동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저질러졌고 미국의 주 타겟은 여전히 중동이다. 북한이 미국에 제기하는 위협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생화학무기가 이들 테러리스트들의 손으로 넘어가 미국에 대한 공격에 사용되는 일이다. 무기 수출은 북한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외화 벌이에 도움을 준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미국에 대한 공격용으로보다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방어용, 그리고 체제 인정과 안보 보장을 위한 협상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정밀도보다는 사정거리의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방어용이라는 증거다. 미국을 선제 공격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북한 당국의 말은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은 1년 반 이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대비, 경제 회복에 노력을 집중해야 하며 현재 핵 개발을 추진 중인 이란에 대해서마저도 전쟁을 치를 여유가 그다지 없다. 미국은 이라크나 이란 점령으로 얻을 것이 많지만, 북한 점령으로 얻는 것이란 역겨운 김정일 체제를 전복시켜 후련한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위의 무기를 테러리스트 국가들에 수출한다는 증거 없이 이란이나 기타 아랍국가들을 놔두고 북한을 공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한 증거가 있을 때는 미국은 선제 공격과 해상 봉쇄, 경제 제재를 심각히 고려할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출의 목적이 외화 획득이라면 전쟁 방지의 차원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경제 원조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일이지만, 이 경우 한국은 심각한 안보 딜레마에 빠진다.
한국은 북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표방한다. 문제는 한국이 평화적 해결에 집착하다 북한의 핵을 장기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목표로서 둘이 함께 얻어질 수 없다면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가? 필자는 평화적 해결, 곧 한반도 전쟁 방지가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이미 진행 중인데, 미국과 북한이 타협점에 이르지 못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 사실이 되어버린다면,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한국은 어찌해야 하는가?
대응책 중 하나는 한국도 자신의 안보를 위해 핵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위험한 것은 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남북한이 동시에 핵을 갖게 된다면 핵이 주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남북한간에 오히려 전쟁이 억지되는 구실도 기대된다. 역사상 핵 보유 국가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미소간의 냉전은 전쟁이 아니라 경제가 결판을 지었다.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쉽게 용인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체제 전복은 한국이 핵을 갖게 된다면 한결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북한은 자신의 경제력의 20-40배에 달하는 한국과 핵 경쟁에서 낙오될 것이 뻔하다.
소련의 붕괴의 한 중요한 원인이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 경쟁이 경제에 주는 막중한 부담이었다. 북한이 소련의 전철을 밟는다면 다음 단계는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일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그때까지 한국의 핵 보유 가능성은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제쳐놓고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상황에서 평화적 해결을 유도하는 칩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 철 USC 한국프로젝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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