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무난히 끝났다. 다행스런 결과다. 김대중-부시 정상회담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데다 양국관계가 결코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으로 지난해 한국의 대선 이후 악화일로를 치닫던 한미관계는 일단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그러나 북한 핵 위기에 대해 한미 양국이 분명한 공동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 앞으로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에 있어 최대의 현안은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재조정 두 가지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의 경우 미군철수 요구 시위가 확산됨에 따라 한미동맹 관계를 그 근간에서부터 흔드는 이슈로 비화되어온 게 사실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본다.
양국 정상은 또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무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천명했다. 그리고 북한 핵문제 해법과 관련해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서는 추가조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못박음으로써 앞으로 대북 제재를 비롯한 보다 강력한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결국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를 남겨둔 채 외교적으로 적당히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미주 한인사회는 한국서 계속되는 반미시위, 그에 따른 미국 내에서의 반한기류 확산에 그 누구보다 마음 조려왔다. 이와 관련해 미주 한인사회가 이번 회담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한미간 신뢰관계가 회복되고 두 나라 정상간에 우정을 돈독히 했다는 점이다. 이는 반세기간 동맹으로서 양국 공조체제가 정상을 되찾았고 또한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 쌓인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없애는 계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한동안 혼선을 빚어온 양국이 다시 출발 선상에 나란히 선 데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희망과 걱정을 가지고 미국에 왔는데 희망만 가지고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누적된 오해를 털어 버렸다는 안도감의 표시로 들린다. 신뢰란 그러나 말이나 외교적 수사로만 형성되는 게 아니다. 신뢰란 행동과 실천이 뒷받침되고 때로는 어려운 결정도 내릴 수 있어야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두 정상간의 합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한미 동맹관계가 굳건한 반석 위에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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