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보유사실을 시인했다. 그 뿐이 아니다. 가까운 장래에 핵실험을 할 것이고 또 연료봉 재처리로 얻은 플루토늄을 수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핵 문제에 관한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측 대표가 미국과 중국 대표 앞에서 한 폭탄발언이다. 이로써 베이징 회담은 개막 이틀만에 결렬되고 미국과 북한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번 베이징 3자회담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은 아니었다. 미국과 북한이 6개월만에 대좌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선 핵포기 요구에 협조할 용의가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성격의 회담이었다. 또 회담 개막을 앞두고 평양과 워싱턴에서는 연료봉 재처리, 김정일 제거 메모 등 강경 발언이 잇달아 튀어나와 회담 전망을 어둡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베이징 회담에서 보인 북한측 태도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핵보유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또 핵확산 금지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설정한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서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 연료봉 재처리 등을 금지선으로 설정, 이 금지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타결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북한의 이같은 초강경 발언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 그 사실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하라는 주문이라는 게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단독회담을 통해 경제적 원조 등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상투적 술책으로, 아직도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 어떤 경우든 북한은 오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부시 행정부 입장이 그렇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범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핵 폐기에 따른 보상은 절대로 없다는 이야기다. 또 이라크 전쟁 이후 달라진 국제 안보환경으로 보아도 이런 자세는 통하지 않을 것이어서 하는 말이다. 게다가 북한 핵 보유 저지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결국 북한은 결국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북 핵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조치가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는 파월 미국무장관의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교 노력이 통하지 않은 경우 그 결과는 참담하다는 경고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전체 한민족을 볼모로 한 위험 천만한 핵협박 게임을 하루라도 빨리 그 치고 진정한 대화의 자세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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