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가 마침내 함락됐다. 전쟁 발발 3주만의 일이다. 시내 중심가를 누비는 미군의 탱크행렬.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 무너져 내리는 사담 후세인의 동상. 성조기와 이라크 국기의 물결. TV 화면이 환희에 젖어 있다. 포탄에 부상을 입은 어린이. 공포에 떨고 있는 피난민 무리. 불과 며칠전과 대조되는 이미지다. 그런데 후세인 정권은 붕괴되고 전쟁은 끝내기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무고한 인명 피해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자식을,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긴장과 조바심 속에 지내던 파병 가족도 한시름 놓게 됐다. 경기 활성화의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원유가가 떨어지고 주식 값이 치솟으면서. 이 모든 게 전쟁은 곧 끝난다는 기대가 가져온 결과다.
개전 3주만에 사실상 끝난 이번 이라크 전쟁은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본다. 독재자는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게 그 한 메시지다. 이런 면에서 이라크 전쟁은 24년간 사담 후세인의 압제 하에 숨죽이고 살아온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해방 전쟁이다. 4월9일은 그러므로 그들에게 해방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다’- 전쟁이 나기 전부터 나돈 말이다. 전쟁이 끝나는 시점에서 이 불길한 예상이 한층 클로즈업되는 느낌이다. 이번 전쟁은 이 점에서 또 다른 엄중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해올 경우 한반도 상황은 심각해 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북한의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은 도전의 기회이기도 했다. 1,000명이 넘는 코리안-아메리칸, 다시 말해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다민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피부색을 초월해 성조기 아래에서 싸운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미군이 참전하는 전쟁은 미주 한인에게 있어 앞으로 더 이상 ‘남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이 확산됐다. 참전자 가족을 돌보는 행사가 펼쳐졌다. 한인 사회 곳곳에서 펼쳐진 캠페인은 바로 이같은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쟁은 변화를 가져온다’-. 이번 전쟁은 한인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위기에 주류사회의 아픔에 한인 사회가 함께 한 게 그 시작이다. 그러나 이로 그쳐서는 안 된다. 평화 건설에도, 또 전쟁이 가져다준 상처의 치유에도 동참해야 한다. 이웃과 하나가 되는 이 캠페인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한인 사회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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