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충격이었다. 갈 길이 먼 대장정을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라는 자위조차 쉽게 나오지 않는 최악의 피칭이었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 첫 등판에서 비참하게 무너졌다. 1일 애나하임 에디슨필드에서 벌어진 애나하임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올 시즌 첫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구위, 제구력, 정신력에서 모두 수준 이하 모습을 보인 끝에 3회를 못 넘기고(2⅔이닝) 6안타(1홈런) 4사사구로 6실점, 패전을 기록하며 재기를 고대하던 팬들을 충격속에 빠뜨렸다. 삼진은 제로.
지난 97년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이후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단 1개의 삼진도 잡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지 한 경기 부진으로만 끝날 것 같지 않은 최악의 투구내용은 올해 박찬호의 전도를 극도로 어둡게 했다. 막강 타력의 레인저스는 이날 선발 박찬호가 초반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역시 충격에 빠진 듯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0으로 영패해 시즌 첫 패를 안았다.
박찬호는 1회초 선두 데이빗 엑스타인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은 뒤 2번 대런 어스테드를 스트레이트 포볼로 내보내는 것으로 추락행 원웨이 스트릿에 발을 들여놓았다. 다음 타자 팀 새먼은 박찬호의 위력없는 초구직구를 가볍게 끌어당겨 좌익선상에 떨어진 뒤 원바운드로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2루타를 뽑아내 주자는 2, 3루가 됐고 4번 개럿 앤더슨이 깨끗한 중전안타로 이들을 모두 홈에 불러들이자 박찬호는 순식간에 0-2로 뒤지기 시작했다.
2회에는 스캇 스피지오에 좌전안타를 맞은 뒤 다음타자 벤지 몰리나를 병살타로 유도, 쉽게 이닝을 마치는 듯 했으나 제구력 난조로 다음 2명을 몸 맞는 볼과 포볼로 내보내 화를 자초한 뒤 어스테드에 우전안타를 맞고 또 한 점을 내줬다.
이미 그로기상태가 된 박찬호를 KO시킨 펀치는 다음 회에 찾아왔다. 첫 타자 앤더슨에게 4연속 직구를 던졌으나 구속은 모두 시속 87마일을 못 넘었고 위치 또한 스트라익존 근처에도 가지 않는 무기력한 스트레이트 포볼(박찬호의 포볼 3개는 모두 스트레이트 포볼이었다).
박찬호는 어이없는 볼을 던진 뒤 뚜렷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심적으로 이미 무너졌음을 내비쳤다. 다음 타자 풀머는 박찬호의 초구 직구를 통타, 우중간을 가르는 투런홈런을 뽑아내 리드를 5-0으로 벌렸고 다음 두 타자를 외야플라이로 잡은 박찬호가 몰리나에게 초구에 레프트 펜스를 맞는 2루타를 허용하자 벅 쇼월터 레인저스 감독은 뒤돌아보지 않고 박찬호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몰리타가 후속타자의 적시타로 홈을 밟자 박찬호의 자책점은 6점으로 늘어났고 방어율은 20.25가 됐다. 한때 ‘코리안특급’으로 불렸던 박찬호의 장래가 짙은 먹구름 속에 빠진 참담한 하루였다.
-인터뷰-
◆박찬호
첫 게임이라 생각은 많고 의욕이 너무 앞서 잘 안된 것 같다. 4일 후에 다시 나올 때는 잘하도록 하겠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쇼월터 감독
팀이나 본인에게 모두 굉장히 창피한 경기였다. 제구력이 안 좋았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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