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이닝 1실점 3삼진
‘제1선발자리를 그냥 내줄 순 없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29)가 지난 6일 이후 11일만의 공식경기 출격에서 모처럼 시원스런 피칭을 보이며 올 시범경기 첫 승을 따냈다.
17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A’s와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선 박찬호는 1회말 첫 타자 테런스 롱에게 초구에 홈런을 맞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안정을 되찾고 5회말 2사까지 4⅔이닝동안 18타자를 상대로 3안타(1홈런) 2포볼로 1점만을 내주고 삼진 3개를 뽑아내는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6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레인저스는 1회말 롱의 홈런으로 0-1로 이끌리다 3회초 12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며 루빈 시에라의 스리런홈런 등으로 대거 8점을 뽑아내 경기를 뒤집고 8-1로 승리했다.
시범경기 첫 2번의 등판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인 뒤 3번째 등판은 가벼운 부상으로 무산됐고 전날인 16일로 예정됐던 샌디에고 파드레스와의 경기는 비로 취소되는 등 모든 일이 꼬이기만 하던 박찬호에게 이날 경기는 너무도 중요했다.
바로 같은 날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지가 박찬호에게 이제는 1,300만달러나 받는 투수로써 몸값을 해야 한다며 최소한 메이저리그급 투구로 3∼4이닝은 던져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슬쩍 비꼬는 등 박찬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LA 다저스 시절에도 종종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더 힘을 내며 불사조처럼 살아나곤 했던 박찬호는 이런 프레셔 상황에서 마침내 팀과 팬들이 기대하던 팀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 재기의 희망을 안겨줬다.
박찬호는 지난 11일 정규시범경기 대신 나선 연습경기에서 호투한 뒤 2연속 등판에서 좋은 내용의 피칭을 했으나 팀 내 더블A 소속 마이너리거들과 리그 우승후보중 하나인 A’s의 정규 라인업의 엄청난 격차를 감안할 때 이날 경기 호투에 훨씬 무게가 실리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찬호는 1회 첫 타자 롱에게 초구에 몸쪽 낮은 직구를 던진 것이 우월 솔로홈런으로 연결돼 또 다시 어려움을 맞는 듯 했으나 이 때부터 4번 에릭 샤베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다음 3명을 범타로 처리, 가볍게 1회를 넘겼다.
이어 2회와 3회 단타 1개씩만을 내줬을 뿐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을 한 박찬호는 특히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인 미겔 테하다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내야땅볼을 이끌어냈고 1회 홈런을 내준 롱에게는 3회 병살타를 뽑아내는 등 A’s의 중심타자들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박찬호는 5회말 투아웃까지 78개의 공을 던진 뒤 투구수를 고려,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오는 22일 애나하임 에인절스전에 다시 등판할 예정이다.
◆경기 소감
▲박찬호 -오늘은 70점 정도의 피칭이었다. 직구 볼 끝은 괜찮은 정도이지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3회부터는 타순이 하위타자들이어서 편안하게 직구를 집중적으로 테스트 해봤다.
▲벅 쇼월터 레인저스 감독 -잘 던졌다. 투구 템포도 좋았다. 투구 수를 감안해 5회 2사후 내려오게 했다. 그동안 우리가 박찬호에게 원했던 투구가 바로 이것이다. 작년에 부상 탓인지 투구할 때 축이 되는 오른다리가 주저앉는 나쁜 습관이 생겼는데 오늘은 많이 고쳐져 공을 내려꽂은 것이 큰 소득이다. (포수인 채드) 크루터가 잘했다기보다는 찬호가 잘 던진 것이다. 5일 로테이션으로 22일 애너하임전이 다음 등판이다.
피닉스- 박선양 특파원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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