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태이후 이민국이 비 시민권자를 보는 눈이 전 같지 않다는 것은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다. 유학생들이 재판에 출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허가를 받지 않고 일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되는가 하면 미국에 오래 산 영주권자들이 음주 운전 등 이유로 강제 추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10년 전 여동생 초청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70대 한인 김모 노인이 영주권 취득 전 여동생이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추방명령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본인이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오래 전 이민국이 저지른 실수를 들춰내 영주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추방 케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법을 지키며 산 사람도 어느 날 “당신 영주권은 사무 착오로 발급된 것이니 당장 미국을 떠나라”는 이민국에서 날아온 편지 한 통으로 보따리를 싸야 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국의 추방 명령은 한국에 연고자나 생계 유지 수단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생을 버려 놓을 수도 있는 중징계다. 중범 전과를 숨겼거나 고의로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이민국의 편지한 통으로 수십 년 간 피땀 흘려 쌓아 놓은 직장과 가정을 버리고 다시 한국에서 제2의 이민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백 번을 양보해 생각해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민국 법규 어딘 가에는 영주권 발급이 원인 무효임으로 미국 거주 자격이 없다는 조항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10년 이민국이 저지른 실수를 이제 와 문제삼아 아무런 범법 사실이 없는 70대 노인을 추방하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의 근본 이념에도 어긋난다.
추방 통고를 받은 이 한인은 항소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한국으로 자진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 착오로 인한 추방이 선례로 남게 되면 김씨로부터 영주권을 받은 김씨의 딸을 비롯,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같은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김씨 하나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한인 변호사 협회 등 공익 단체들이 나서 커뮤니티 차원에서 대응해야할 문제라고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