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국도 맛있어 서너그릇 거뜬”
● LA 한국문화원 박순태 영사
체격이 크지 않고 몸도 마른 편이지만, 문화원 박순태 영사는 음식에 대한 기호가 분명하고, 음식을 가려서 먹으며, 추억과 함께 음식을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딱 세종류가 있습니다. 할머니의 음식, 어머니의 음식, 그리고 마누라가 해주는 음식이죠. 이 세가지 만큼은 사시사철 질리지 않고 먹습니다. 신기하게도 세 사람의 음식솜씨가 다 비슷해요. 경상도 토박이 동향사람들이라 그런가봅니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중 가장 즐겨 먹던 메뉴는 오뎅, 김치찌개, 갈치조림.
어머니의 음식은 고동국과 시래기국, 멸치볶음을 꼽는다.
아내가 해주는 음식중에서는 미역국과 갈비양념구이가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을 솜씨를 자랑한다고.
그래도 이중 가장 생각나는 음식을 꼽으라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동국이죠. 고댕이국이라고도 하고, 충청도에서는 다슬기국이라고도 하는데 시원하기 비할 데 없어요. 고동은 일급수, 아주 맑은 물에서만 살지 않습니까? 고동과 함께 배추, 부추, 들깨를 잔뜩 넣고 끓인 국은 독특한 고향맛이라 생각만 해도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고동국은 냇가에서 잡은 다슬기에 엷게 된장을 풀어 배추나 김치를 넣고 끓인 국.
충청도에서는 맑게 끓이지만 경상도식은 채소를 많이 넣고 뻑뻑하게 끓여 국물이 탁하다고 설명하는 박영사는 “고동국은 차게 식힌 국도 맛있어서 학교 갔다오자마자 서너그릇씩 먹곤 했다”며 “몇 그릇을 먹어도 배가 안 부르고 소화도 잘 된다”고 덧붙였다.
LA 한국문화원에 부임한 지 7개월.
이제 LA 사람이 다 되었다는 박영사는 그래도 “LA 음식은 양이 너무 많다”고 흠 아닌 흠을 잡는다. 직업상 여러 사람과 여러 종류의 식당을 많이 다녀보지만 ‘마누라 밥이 최고’라고 정치적인 발언도 잊지 않는 그는 외식할 때는 고기와 소주파.
“경상도 촌놈이라 비린내나는 생선을 싫어한다”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식집에 갈 때는 알밥을 즐겨 먹고, 고기집에 가면 갈비나 고기 구이에 반드시 소주를 한잔 곁들인다.
“소주 없이 먹는 고기는 맛도 없고 의미도 없기 때문”이라고 박순태 영사는 진지하게 강조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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