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자금 테러범에 유입 확인"
사우디 아라비아 왕가에서 과연 9ㆍ11 테러범들을 지원했을까?
9ㆍ11 테러 피해자들이 사우디 왕족 등이 9ㆍ11 테러범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가운데 이 문제가 미 수사 기관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댄 바틀렛 백악관 공보국장은 23일 “미 법무부가 사우디가 9ㆍ11 테러에 연계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예단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주미 대사인 반다르 빈 술탄 왕자의 부인이자 고 파이잘 왕의 딸인 하이파 알-파이잘 공주의 계좌에서 나간 자금이 2000년 초 사우디 출신 미국 유학생 오마르 알 바요미의 계좌로 이체된 데서 시작됐다.
문제는 알 바요미가 이후 샌디에이고에서 칼리드 알미드화와 나와프 알하즈미 등 후일 9ㆍ11 테러에 직접 참가한 테러범 2명에게 환영 파티를 열어주는가 하면 두 사람의 아파트 임대료까지 내주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우디 왕가의 자금이 중간 경로를 통해서나마 테러범들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되기 때문에 의도적 지원이냐 아니냐의 문제만 남게 된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신호(23일자)에서 연방수사국(FBI) 소식통의 말을 인용, “알 바요미가 미국을 떠난 2001년 7월 테러범 2명의 아파트 임대료(3,500달러)는 알 바요미의 친구인 오사마 바스난이라는 학생의 계좌로 이체됐으며, 바스난은 알 카에다 활동에 동정적인 인물이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22일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상ㆍ하원 합동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 초안에서 FBI와 중앙정보국(CIA)이 테러범과 사우디의 커넥션을 밝혀줄 단서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보고서 초안을 두고 보고서 작성자들과 FBIㆍCIA 관계자들이 막후에서 서로 수사를 게을리했다고 책임 떠넘기기식 설전을 벌이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의 자금이 의도적으로 테러범들에게 지원된 직접적인 증거가 아직 없는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수사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왕세제의 외교고문인 압델 알-주베이르는 왕실과 9ㆍ11 테러범들과의 연계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알-파이잘 공주는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많아 기부금의 일부가 마그나 이브라힘 아흐메드라는 사우디 여성에게 제공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여성은 알 바요미의 아내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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