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이날 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패배를 깨끗이 시인했다.
정 후보는 이어 “노 후보가 당선되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다짐했다. 정 후보는 짤막한 회견을 마친 후 기자실을 떠나면서 선대 위원장직을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일 노 후보를 만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박진원 대선기획단장 등 핵심 당직자들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본인이 부덕해 이렇게 됐다”면서 “모두들 그 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위로했다.
유몽희 부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 들이겠다”며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짧게 논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할 말이 없다”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TV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가 확인되기 직전까지 기대와 흥분으로 술렁였던 당사는 숨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적막에 휩싸였고 곳곳에서 장탄식이 들려 왔다.
일부 당직자는 “말도 안 되는 결과” “여론조사 기관의 사장이 민주당 쪽 사람이 분명하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날 밤 전주에서 귀경한 뒤 당사에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에도 비교적 낙관하는 표정이었다.
정 후보는 주요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지나치게 긴장하지 마세요.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보세요”라고 여유를 과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귀경 버스 속에서도 25일 예정된 여성정책 토론회 준비를 하는 등 승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한 당직자는 “비록 아쉽게 졌지만 정 후보는 신의 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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