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000년 대선 패배 후 2년 동안의 겨울잠에서 깨어나 정계로 돌아왔다. 그는 5일 중간선거가 끝나면서부터 연일 TV 출연이나 신문 인터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언론 출연은 최근 출간한 서적에 대한 소개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2004년 대선 고지를 향한 정치 활동의 시작을 의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가 과연 2년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특히 그의 정치 재개의 행보는 대선 패배 뒤 지켜 온 침묵을 깨고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면서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0일 로스앤젤레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지난 2달 동안 이라크 전쟁을 위한 진군의 북을 두드려 공화당의 상원 장악을 도왔을지는 모르지만, 미국을 미래의 테러 공격으로부터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오사마 빈 라덴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부시의 정책은 역사적 과오”라며 “이제 빈 라덴이 돌아오고 있고,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 쏟아야 할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중간 선거 승리의 여세를 타고 후세인 제거를 위한 바람몰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이같은 공세는 정치적 도박으로 비쳐진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정계 관측통들은 “그의 발언에는 부시와 대립의 각을 다시 세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달라진 고어의 정치적 공세는 중간선거 이후 표류하고 있는 민주당 내부로도 향하고 있다. 고어는 최근 “민주당은 우리의 힘의 원천인 풀뿌리로 돌아가 그들에게 보다 신선한 자양분을 주는 문제를 국가적 토론의 중심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며 당의 체질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그가 ‘대안 부재론’을 타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크다. 17일 공개된 타임과 CNN 공동 여론조사는 그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10% 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후보 지명전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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